외환위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던 경승용차와 소형차의 인기가 부활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유가의 영향으로 경·소형차의 경제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경·소형차의 점유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6.2%까지 치솟았다가 99년부터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해의 경우 7%대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반전돼 10월말 현재 8.5%까지 점유율이 올라 갔다.극심한 자동차 내수 침체 영향으로 판매 대수는 지난해에 비해 줄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는 경·소형차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이다.
경차의 경우 올들어 급격한 반등세를 이어가 10월까지 재작년 실적을 상회하는 월 평균 3,847대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는 현재 경차가 GM대우의 마티즈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소형차 역시 판매대수는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1~10월 4.2%로 뛰었다. 실제 기아차 모닝은 8~9월 2,500여대가 팔리다 10~11월에는 3,000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이처럼 경·소형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경기 불황에 따른 실속구매의 증가와 경차에 부여되는 각종 혜택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경·소형차는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적게 된다. 정부 공인 표준연비를 기준으로 마티즈CVT의 연비는 리터당 17.0㎞나 된다. 중형차 연비가 통상 자동변속기를 기준으로 리터당 9.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운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400원이라고 가정할 때 서울과 부산(425㎞) 거리를 마티즈CVT는 유류비 3만5,000원이면 갈 수 있는데 비해 중형차는 적어도 6만원 이상이 드는 셈. 특히 경차는 등록세와 취득세, 도시철도채권 매입 의무 등이 면제되고 공영주차장 주차료와 혼잡통행료(50%) 등도 할인된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50%나 할인된다.
실제 경·승용차와 중형차를 각각 구입해 운행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는 커진다. 우선 차량 구매시 차량가격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 공채 구입 비용을 제외하고도 경차는 등록세와 취득세가 100만원 이상 절약된다. 마티즈를 구입해 3년 동안 운행한다고 할 때 중형차 대비 자동차세가 130여만원, 기름값은 무려 400여만원이나 절약된다. 각종 통행료와 주차비 할인 등의 혜택까지 감안하면 마티즈를 사는 것은 20만원짜리 적금에 들어 3년후 또 다른 마티즈를 한 대 더 사고도 남는 금액을 모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게 대우자판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새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경제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기존의 경·소형차 모델에 고객 선호도가 높은 사양들을 추가한 실속형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GM대우는 최근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을 한층 강화한 칼로스 플래티넘 모델과 마티즈의 실속형 스페셜 모델인 마티즈SE(Special Edition·599만원)를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불황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차 및 소형차의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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