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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쟁영웅 조작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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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쟁영웅 조작 파문

입력
2004.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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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직후 360만달러(당시 한화 42억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영웅이 된 미식축구 선수 팻 틸먼(27·사진)이 전투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 아군인 동료의 총격(Friendly Fire)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이 신문에 따르면 미군 지휘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을 뿐 아니라, 은성 무공훈장을 수여하면서 그의 죽음을 미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틸먼의 죽음을 분석하고 미군의 은폐 및 조작 과정을 추적한 시리즈를 게재할 예정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틸먼은 9·11 직후 프로미식축구(NFL) 애리조나 카디널스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마이너리그 유망주였던 동생 케빈과 함께 미 육군 특수부대인 레인저 부대에 자원 입대했다. 360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됐던 그가 입대 후 받은 연봉은 1만8,000 달러였다. 그는 그 뒤 4월22일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지대에서 탈레반 및 알 카에다 잔당을 추격하다 본대에 복귀하던 중 매복에 걸려 사망했다고 미군 당국은 발표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에서 포로가 됐다가 구출된 여군 제시카 린치 일병의 영웅담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돌이키기 어려운 창피를 당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영웅’ 틸먼의 전사를 애국심의 본보기로 홍보했고, 상당수 한국 언론들도 그의 죽음을 영웅담으로 다루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종합 취재를 벌인 결과 틸먼의 죽음은 불필요한 죽음이며, 통신의 미비와 지휘자의 잘못된 결정 그리고 전투경험이 없는 레인저 대원의 무차별적인 사격 때문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틸먼의 동료들은 이 신문에서 어두운 산악지역에서 당황한 나머지 "단지 겉 모습(shapes)만 보고 마구 쏘아댔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르면 틸먼은 장님처럼 쏘기 시작한 동료들의 총탄과 수류탄 공격을 받자 "제기랄, 멈춰, 난 팻 틸먼이란 말이야"라고 외쳤다. 그러나 100여c나 떨어져 있는 전우들은 오히려 더 많은 화력을 집중시켰다. 젊은 레인저 요원은 "틸먼의 절규는 어느새 조용해졌고 피바다 속에서 그의 머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미 육군 지휘부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도 상황을 조작했으며, 서둘러 훈장을 추서했다. 심지어 일부 유럽 언론이 그의 죽음이 오폭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를 했을 때도 이를 부인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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