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救國)의 성녀일까, 정상배(政商輩)일까.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주인공 율리야 티모센코(44·사진)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미국과 유럽의 언론들은 한때 그를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의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묘사했다. 빅토르 유시첸코 야당 후보 곁에서 진압경찰에 꽃을 선물하던 그녀의 모습은 어느새 반정부시위의 상징이 됐다. 그의 미모는 2000년 네티즌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뽑힐 정도로 공인된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의 현지 취재가 진행되면서 티모센코에 대한 우크라이나 민중의 부정적인 시각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잔다르크는 미국 기자들이 붙인 별명이고, 우크라이나인 들은 한때 권력과 밀착해 천연가스 등 에너지 이권으로 막대한 부를 챙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를‘가스 공주’라고 부른다.
실제로 티모센코의 재산은 110억 달러에 달한다. 또 그의 이력은 정경유착 의혹으로 점철돼 있다. 영화배급업을 하던 티모센코는 독립 이후 국유재산 나눠먹기가 한창이던 95년 우크라이나 연합에너지시스템(UESU)의 대표가 됐다.
그리곤 당시 파블로 라자렌코 총리와 결탁해 천연가스 수입을 독점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티모센코가 라자렌코에게 준 뇌물은 무려 7,200만 달러에 달한다. 라자렌코는 국제투명성기구가 3월에 발표한 ‘세계 최악의 부패지도자’8위에 오른 인물인데, 97년 외국으로 도피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티모센코는 라자렌코가 실각하자 재빨리 정치인으로 변신, 99년 에너지 담당 부총리까지 오르며 부패 의혹을 피해나갔다. 그러나 쿠츠마 대통령의 양아들이자 언론 재벌인 빅토르 핀추크를 대표로 한 올리가르히(신흥재벌)에 밀리면서, 2001년 당시 총리이던 유시첸코와 함께 실각했다.
티모센코는 이후 유시첸코와 함께 반 정부 활동을 벌여 나갔다. 수사당국에 두 번이나 부패 혐의로 체포됐지만 ‘정치적 희생양’임을 내세워 간신히 풀려났다. 야당진영에서 강경파고 꼽히는 그는 "재결선에서 승리하면 쿠츠마에게 국가 반역죄를 묻겠다"며 구 집권세력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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