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미국 뉴욕에 가있다 보니 외로움, 그리움 같은 감정이 예외 없이 들이닥치더군요. 놀이라는 주제는 어머니와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놀이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고 인생이 담겨있죠."3일부터 갤러리인에서 7번째 개인전 ‘스케치 포 마이 마더랜드(Sketch for My Mother Land)’를 갖고 있는 설치작가 황지선(52·사진)씨. 3년 간의 미국 유학을 떠난 1995년 이후, 9년 만에 서울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아련한 추억 속에나 남아있을 사방치기, 주사위, 팽이 같은 전통놀이와 박물관에 틀어박힌 조선시대 ‘대동여지도’‘천지도’등 고지도로 전시실을 채웠다. 지난해부터 자개라는 재료에 도전, 이번 전시 작품들은 3~5㎜ 자개조각을 붙여 만들었다. "이전 작품들은 철을 사용해 색채가 무겁고 보기에도 섬뜩했죠. 왜 그랬을까. 이제는 강한 자극으로 호소하는 때는 지난 것 같아요.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해야죠. 자개를 사용하니까, 오묘하고 은근한 색채를 발산해 아름다워 보여요."
황씨는 자개 위로 투명우레탄을 덧씌워서 빛의 반사에 따라 요란스럽게 변화하는 자개 특유의 속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한다. 재료를 통한 실험보다는 무엇을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피력한다. 대동여지도를 차용한 평면 위에 주사위를 얹은 시소 형태의 설치작품과 장롱 안에 수선총도를 형상화하고, 돌고 또 도는 팽이를 둔 작품에는 ‘서울은 아름다워라’라는 제목을 붙였다. 수도 이전문제로 들썩거린 사회에 대한 비꼼이다.‘천지도와 사방치기’에서는 우주까지 확장된 땅 따먹기 경쟁을 풍자했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미국 유학 이후 자꾸 옛 것을 찾게 된다고 한다.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발전시키고, 현대화하는 게 앞으로 제가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전시는 17일까지. (02)732-4677
문향란기자
사진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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