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디즈니의 주문에 걸리고/ 할리우드 영화에 숨겨진 이데올로기/김종엽 지음
좀 더 세월이 지나면 ‘인어공주’의 결말을 세대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할지 모른다. 그것을 비극으로 안다면 안데르센 동화를 보고 자란 나이 든 축일 테고, 헤피 엔딩이라고 주장한다면 디즈니 영화 세대다. 애니메이션, SF영화 등을 통해 이른바 할리우드식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재생산, 전파되는지 분석한 글들에서 저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란 ‘고전동화의 헤게모니의 확장, 그것의 로맨스로의 변형, 그리고 행복증적 도취’라고 결론짓는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고운 보라색과 환한 병아리색’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밑에는 ‘어른의 향수, 계급·인종·성적 편견’이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영화 ‘프랑켄슈타인’ ‘블레이드 러너’에서 여성성의 문제를, ‘터미네이터’ ‘12 몽키즈’에서 시간여행의 정신분석학을, ‘코드명 J’에서 정보민주주의의 문제를,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의 계급성과 인종성 등을 분석한 글이 함께 실렸다. 한나래 1만2,000원.
***일본과 아시아/ 日양심적 지식인의 아시아 연대론
/다케우치 요시미 지음
일본의 대표적인 중국문학 평론가 다케우치 요시미(1910~1977) 전 도쿄도립대 교수는 일찍이 일본의 근대와 아시아주의에 주목한 지식인이다. 82년 치쿠마서방에서 나온 17권짜리 전집 가운데 침략의 이데올로기로 돌변한 일본의 아시아주의를 비판한 평론들이 적지 않다. 그는 메이지 시기의 ‘심정적 아시아주의’는 ‘탈아입구(脫亞入 )’의 논리에 묻혔다가 급기야 ‘대동아공영권’이라는 파시즘의 논리로 변질됐다며, 일본이 어떻게 ‘탈구입아(脫 入亞)’해서 다시 아시아의 일원이 될 것인가, 그리고 예전의 과오를 사과하고 이웃 아시아 국가들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아시아의 진정한 연대는 전후 일본 지식인들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잘못된 근대를 넘어설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광덕 백지운 옮김. 소명출판 2만원.
***안녕, 레나/ 청춘의 감성, 경쾌한 문체로 포착
/한지혜 지음
‘하루에도 몇 번씩 뭔가 확 저지르고 싶은’ 우리시대 청춘의 우울을 정면으로, 그러나 경쾌하게 포착한 소설집. 10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나’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인생이 다섯 평짜리 좁은 사무실에 정착하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때문에 우울’하거나 광고대행사에 취직해 커피나 타고 복사나 하는 잡일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꼭 외출했다가 길을 잃어 종일 헤매다 온 기분’을 느끼는 존재들이다. 작가는 출구 없는 감옥 같은 막막한 일상과 그들의 감성을 깊이 들여다보고, 가감 없이, 하지만 결코 칙칙하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새움 9,000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