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서민 없는 경기부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서민 없는 경기부양

입력
2004.12.04 00:00
0 0

연말이면 국회는 항상 뭔가로 시끄러웠던 것 같다. 이번 국회도 이른바 4대개혁입법을 놓고 연일 평행선을 달리는 격론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루는 정쟁과,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국민일반의 관심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모름지기 모든 입법과 사회통합 노력은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고 절실하게 생각하는 사항의 수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괴리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물론 국가보안법의 폐지, 과거사 청산, 언론 개혁 등이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개혁 과제가 모두 여기에만 달려있는 듯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실제로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중대사안들은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못하거나 심지어 간과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구조조정 명목으로 명예퇴직자가 대량 발생했고 신용카드 발행 남발 등의 졸속적 단기 부양책으로 신용불량자 372만명이 양산됐다.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이 3분의 1 수준으로 높아지고 임금노동자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정규직의 비율보다 높아졌다. 한마디로 고용 불안과 소비 침체의 악순환으로 불황이 계속되면서 대다수 중산층을 포함한 서민층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은 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개혁 의지조차 의심케 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1만 환경인 대회 참가자들이 기업 위주로 경제활성화 정책이 진행되는 작금의 현실을 개탄하며 지금이 환경비상시국 임을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내놓은 골프장 230개 건설 및 이용 규제 완화, 토지수용권과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기업도시특별법 제정 추진, 수도권 그린벨트의 개발허용 등은 많은 사회적 갈등요소를 갖고 있다. 우선 골프장 건설과 이용규제 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대다수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또한 그 이익이 그로 인한 환경 파괴 등의 폐해를 상쇄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인지 재고해봐야 한다.

특히 국민의 소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서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업도시특별법은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조항에 반하는 위헌적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그린벨트의 개발허용도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발이며 제한 철폐인지 의심스럽다. 수도권 그린벨트 지정은 균형 있는 국토 발전과 환경 보전을 위한 정책이었고 그 명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강조돼야 마땅한데도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이를 파기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환경경제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빈번히 강조되는 개념 중 하나가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환경 및 발전에 관한 세계위원회의 브룬트란트 보고서(Brundtland Report)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개념은 주어진 환경을 보전하자는 추상적인 표현이 아닌, 경제학적으로 해결 가능한 수용능력 안에서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일정 정도의 복지수준을 가능하게 하는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기업중심 경제정책에는 미래세대는 물론이고 현세대 서민 중산층의 복지개념이 포함돼있지 않은 것 같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경제의 실질적 중추인 서민,중산층의 경제위기를 직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고용안정을 꾀하고, 기업 경쟁력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부디 정부가 경제부양이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더 크고 본질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길 바란다.

조성오 환경운동연합 상근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