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속에서도 ‘오렌지 혁명’이 열기를 뿜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독립광장. 대형 TV가 설치된 무대에선 현란한 레이저조명 속에 록, 힙합 공연이 이어지고, 빅토르 유시첸코 등장에 맞춰 하늘에선 불꽃이 터진다. 이처럼 화려한 오렌지 혁명은 대선때보다 훨씬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이 때문에 다양한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우선 이번 시위가 구 소련 지역의 친미 서방화를 꾀하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 ‘두 조지’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시가 집권한 2000년 이후 세르비아, 그루지야, 벨로루시, 우크라이나에서 정권 교체 시도가 이어졌는데 모두 ‘부정 선거 의혹 제기 → 대규모 비폭력 시위’라는 수순을 밟았다. 이번 사태도 미국 정부, 정당, 선거전략가, 민간단체 등의 개입에 의한 ‘포스트모던 쿠데타’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야당이 그루지야 정변에 관계된 구미 정치 컨설턴트와 협력해 상징색을 불길을 뜻하는 오렌지색으로 통일하고 각 대학에 학생 별동대 ‘포라(Pora·때가 왔다)’를 조직했다"고 보도했다.
올리가르히(재벌) 간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레오니드 쿠츠마 정권 성립 이후 소외당한 ‘라자렌코-티모센코’계 올리가르히들이 유시첸코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는 것.
서방 언론이 ‘잔다르크’라고 추켜세우는 율리야 티모센코 전 에너지담당 부총리가 대표격인데, 그는 가스 관련 기업과의 유착과 부패 등으로 110억 달러 이상을 끌어 모아 ‘가스 공주’란 별명을 갖고 있다. 유시첸코도 중앙은행장이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자금 6억 달러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으며, 금융 자본 및 키예프 소재 재벌과 탄탄한 연을 맺고 있다.
한편, 이날 사태 해결의 실마리로 떠오르고 있는 재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여야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쿠츠마 대통령의 ‘결선 투표 반대’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유시첸코는 ‘2차 결선 투표 실시’을 고수하고 있으며, 부시 미 대통령도 "외국의 영향력이 개입돼선 안 된다"고 러시아를 비난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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