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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열 명의 일본인,한국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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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열 명의 일본인,한국에 빠지다

입력
2004.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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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스페인을 꺾던 날, 일본의 하이쿠 작가 마유즈미 마도카가 기자 출신의 출판인 조양욱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화 거는 데가 어딘지 맞춰 보란다. 도쿄 아니면 서울이겠지. 하지만 그가 있던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카페. 마유즈미는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축구중계를 보다가 한국팀이 골을 넣자 너무 기뻐 환성을 지르고 박수 치다가 엄청 눈총 받았다.조양욱씨가 쓴 ‘열 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는 말 그대로 반짝 지나면 모두 잊는 대중문화 스타가 아니라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 일본인 이야기다. 책에 등장하는 10명의 일본인은 모두 저자와 깊이 우정을 나눈 사람들이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까지 나이도 천차만별이고, 한국고전문학 박사, 사진작가, 문화기획자, 시인, 소설가, 가수, 출판인, 한국문학평론가, 방송 프로듀서, 신문기자 등 직업도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 사랑만은 모두 한결같다.

서정주 시인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라는 시에 반해 두 발로 한국을 느껴보겠다고 영남대로 500㎞를 답사한 마유즈미, 재일동포 3세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여러 번 올랐지만 올해 4월 자살하고만 사기사와 메구무, 경남 합천의 원폭 피해자들과 옌볜의 재중동포, 시베리아 벌목장의 북한 주민 등 핍박 받는 한국인을 사각의 필름에 담고 있는 사진작가 야마모토 마사후미, KBS 열린음악회에서 일본 국적 대중가수로 처음 무대에 선 재일동포 사와 도모에, 낮에는 한국일보 일본지사에서 밤이면 문화기획자로 한국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전방위 문화기획가 사노 료이치….

이들의 존재는 한국전문 프로듀서 기무라 요이치로의 말대로 "두 나라의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질게 분명"하기 때문에 너무 중요하다. 동북아가 점점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 않는가.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런 문장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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