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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안 상정 무산/정회·속개 거듭 자정무렵 산회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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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폐지안 상정 무산/정회·속개 거듭 자정무렵 산회 선포

입력
2004.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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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는 3일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상정을 놓고 밤늦게까지 진통을 거듭하다 결국 자정께 산회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의사일정 변경동의를 통해 국보법 폐지안을 법사위에 상정하려 했지만 한나라당 최연희 위원장이 사회 거부로 시간을 끌다가 밤 11시55분께 산회를 선포, 상정이 무산됐다.우리당은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 소집요구서를 제출, 국보법 폐지안의 상정을 재차 시도할 예정이어서 여야의 한판 승부는 4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여당은 강행 처리를 시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고 전날 공정거래법 처리 무산에 이어 이날 밀려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는 명분 축적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여야는 곡절 끝에 밤 8시30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여야협상을 종용하며 의사봉을 잡지 않는 ‘시간 끌기’ 작전을 구사했다. 초조한 우리당 의원들은 "빨리 사회를 보라"고 다그쳤지만 최 위원장은 위원장실을 나오지 않았다. 김용갑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원장실을 찾아 힘을 보탰다.

최 위원장은 우리당 의원들의 성화에 11시30분께 위원장석에 앉았으나 여야간 말싸움이 계속돼 자정에 가까워지자 "더 이상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앞서 정회와 속개가 거듭되는 동안 여야는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였고 물리적 충돌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상정 저지로 국보법 폐지안을 굶겨 죽이려 하고 있다"고 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보법 폐지안의 상정은 여당의 강행처리를 의미한다"며 반대했다.

첫 충돌은 호주제 폐지 공청회가 끝난 직후인 오후 2시께 벌어졌다. 최위원장은 공청회가 끝난 뒤 여당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동의 건을 처리하지 않은 채 기습 정회를 선포하고 퇴장하려 했다.

그러자 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안건처리 해야지 어디를 가느냐"며 막아섰고, 이종걸 이목희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사기꾼, 도망가지 마라" "지금 밥이 중요하냐"며 밀어붙였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길 막지 말라"며 최 위원장을 호위했다.

이어 다른 상임위장에 있던 여야 의원들이 몰려들며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낮술 먹고 와서 어디서 행패냐"(주성영 의원) "공안 검사 하던 XX가 어디서…"(이목희 의원) 등 험한 말을 주고받았고 몸싸움도 벌였다.

전날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에 실패한 우리당 의원들은 단단히 각오한 듯 했다. 외유중인 이원영 의원 대신 선병렬 의원을 법사위에 긴급 투입했고, 다른 상임위 의원 20여명도 법사위장을 찾아 위력 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의 방어도 완강했다. 박근혜 대표는 "여당이 막무가내로 상정하려 한다면 실력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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