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올 노동계 실력행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철도노조가 인력충원 문제에 있어 사측과 상당한 인식차가 있었음에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인 점은 ‘상식적인’ 노동운동의 시발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만큼 의미가 깊다.
당초 8,900여명의 인력충원을 요구했던 철도노조가 최종적으로 2,700명 수준의 증원을 수용한 배경에는 내년 공사화 전환에 따른 새로운 변화와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구조, 3년 연속 파업에 따른 동력부족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2002년부터 내리 파업을 이어 온 철도노조가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했을 경우 명분여하에 상관없이 시민들이 등을 돌렸을 것이다. 특히 이번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핵심쟁점을 명확히 압축해내고 노사 수뇌부가 이해를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했던 것도 극적 타결의 디딤돌이 됐다는 후문.
올해 주요파업을 뒤돌아보면 무리한 요구나 역량에 대한 과신으로 참패를 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선진국에서도 거의 유례가 없는 노동3권의 완전보장을 요구한 전국공무원노조가 ‘파업 같지않은 파업’을 3일 만에 접은 것이 대표적이다. 14만 조합원의 2%도 안 되는 인력이 파업 첫날 참여했고 이마저도 다음날 대거 이탈했다.
강성의 서울지하철노조가 만성적 적자구조에도 불구하고 연월차 유지 등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 5일제를 요구하다 3일 만에 파업을 종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LG칼텍스정유 파업은 고임금근로자의 장기파업이 명분과 실리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철도노사의 협상타결은 정당한 명분과 요구를 가진 노조가 상당한 양보를 한 결과"라며 "노사간에 쌓인 신뢰가 파국을 막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노사는 3일 새벽 근무체계변경(3조 2교대)에 따라 내년 말까지 2,693명의 신규인력 증원과 해직자 12명을 복직시키는 내용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협상을 타결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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