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는 어린이책에 초등 저학년, 고학년 등으로 대상 독자를 지정하고 서점에서도 연령별로 진열한다.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도 발달하고 어휘 수준도 달라지므로 독자층의 표시는 책 고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그러나 문제는 발달의 양상과 흥미가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감성 발달이 지적 발달에 앞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고 인간보다 사물이나 자연 현상에 흥미가 많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수준 높은 과학책은 읽으면서도 이야기책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도 독서수준을 꼭 연령만을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까. 인터넷서점에서 그림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4~6세 혹은 4~7세로 분류되어있고 매장에도 별도로 꽂혀 있다. 그러나 그림책 중에는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좋아할, 아니 그들이 더 좋아할 책도 많다. ‘새벽’(유리 슐레비츠 지음. 시공주니어), ‘오리건의 여행’(라스칼 지음. 미래M&B), 숀 탠의 ‘빨간 나무’(풀빛)나 ‘잃어버린 것’(사계절)이 그렇다. 짧은 글과 많은 것을 함축하는 그림은 얼마나 마음을 주며 읽는가에 따라 볼 때마다 새록새록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므로 부산하게 돌아치는 일상에서 조용히 책에 집중할 기회를 준다.
새로 나온 팝업 북(pop-up book)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또한 단순히 유아용으로만 볼 수는 없다. 책장을 열면 그림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팝업 북은 장난감과 책의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서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그러나 5년의 제작기간이 걸렸다는 이 책은 입체감과 정교함이 대단하다. 첫 장을 펼치면 숲이 쑥 올라오고 또 한 장을 펼치면 거인처럼 커진 앨리스의 팔과 다리가 작은 집의 굴뚝과 창문으로 나온다. 마지막 장에서 앨리스가 여왕에게 "당신은 단지 카드에 지나지 않아"라고 외치자 카드가 날아오르는 장면에는 두 벌에 해당하는 104장이 사용되어 한 마디로 책을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모두 6장에 하나씩 메인 팝업이 있고 각 장마다 소책자에 이야기가 쓰여 있으며 각 소책자에도 서너 개의 작은 팝업들이 숨어 있다.
어린이책으로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팝업 북은 유아용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많은 독자가 구입한다면 책값이 내려가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재미있는 팝업 북이 출판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또 누가 아는가, 장래의 팝업 북 아티스트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지.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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