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서쪽에 위치한 조선시대의 5개 왕릉을 모신 서오릉은 서울시와 인접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적지이며 지역 사람들에게는 생활을 같이하는 능림(陵林) 이기도 하다.서오릉 주변의 마을들은 창릉동, 용두동과 같이 왕능의 명칭에서 이름이 유래된 곳이 많다. 서오릉에는 경릉(덕종과 소혜왕후), 창릉(예종과 인순왕후), 명릉(숙종, 인현왕후, 인원왕후), 익릉(숙종의 정비 인경왕후), 홍릉(영조의 정비 정성왕후)등 5개의 왕릉과 왕비릉 이외에도 희빈들의 묘가 있다.
서오릉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눈에 뜨이는 것이 소나무이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책로로 들어서면 주변에 갈참나무와 소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으며 이중에는 조림된 잣나무도 간혹 눈에 띈다.
산책로도 폭 3~4m 정도로 3~4명이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며,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한여름에도 더위를 잊게 한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왕릉보다 규모가 작은 수경원이 나타난다.
수경원은 영조의 영빈 이씨의 묘로, 주위에는 갈참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으며 소나무 대신에 수령 20~30년의 잣나무가 자라고 있다. 비록 소나무는 별로 없지만 능 주위를 참나무가 조용히 둘러싸고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능 주위의 갈참나무들은 가슴높이 직경이 30㎝ 이상이지만 높이 1~2m 부분의 줄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가 난 흔적이 역력히 보이고 일부는 썩어서 구멍이 난 것까지 보인다.
이러한 상처는 병이 들거나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도토리를 식용으로 이용할 때 도토리를 따기 위해서나 도토리가 많이 열리게 하기 위해 나무줄기를 막대기나 돌로 두들겨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도토리를 취미 삼아 줍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전에 우리의 생활이 능림으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숲조차도 마을 사람들이 도토리를 따기 위해 이용했을 정도로 궁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익릉 주위의 소나무는 나이가 많으며 가지가 잔디밭으로 길게 자라 마치 소나무 가지와 잎으로 병풍을 친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익릉 왼쪽의 소나무는 줄기가 대부분 일자로 잘 자라 강원도 산간의 소나무 숲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익릉 앞의 소나무 숲은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숲은 동네 사람들이 아침마다 산책을 하다가 숨을 돌리는 쉼터의 역할도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녀 소나무 숲 아래에 풀이 한 포기도 없는 맨땅으로 되어버려 아쉬움을 남긴다.
경릉 역시 아름이 넘는 소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러나 능 주위에 서있는 소나무의 뒤쪽을 보면 소나무보다는 갈참나무와 굴참나무들이 많이 눈에 보인다.
이곳 역시 소나무가 능 주위에 많이 있고 활엽수인 참나무류들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능과 능 사이는 대부분 갈참나무숲으로 이루어져 멀리서 볼 때 숲의 부드러운 곡선과 짙푸름은 좌우의 능을 연결하는 부분으로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소혜왕후 능의 뒤쪽에는 20~30년 전에 북미산 리기다소나무를 심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배상원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bae1144@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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