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동극의 개척자로 평생을 아동극에 바친 원로 작가 주 평(75)씨가 10권 짜리 ‘주평아동극전집’(신아출판사)을 펴냈다. 평생 써온 아동극 희곡 중 118편을 골라 모은 것으로 국내에서 아동극으로 이만큼 많은 작품을 쓴 작가는 없다.그의 작품은 1960, 70년대 전국의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수없이 공연됐다. 당시 단골 레퍼토리였던 ‘금도끼 은도끼’가 그의 작품. 이와 함께 ‘석수장이’ ‘숲 속의 대장간’ ‘섬마을의 전설’ ‘크리스마스 송가’가 67~95년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 한 작가의 작품이 4편이나 28년 동안 교과서에 실린 예는 그가 유일하다.
72년 미국으로 이민 간 그가 전집 출간을 알리고, 사재를 털어 만든 ‘주평 동극(童劇)상’의 내년 1월 첫 시상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서울에 왔다. "어린이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데는 아동극 만한 게 없어요. 그러려면 작품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전집을 냈습니다. 상은 앞으로 10년 간 후배작가 10명만 키우고 가면 여한이 없겠다 해서 시작하는 일입니다. "
그는 62년 국내 첫 아동극단 ‘새들’과 한국아동극협회를 만들었고, 미국에서도 동포 어린이들로 극단 ‘민들레’를 만들었다. 아동극협회가 주최한 아동극 경연대회는 19회에 걸쳐 전국 380여개 초등학교가 참여한 큰 잔치였다. 영화배우 안성기를 비롯해 윤여정 서인석 박원숙 등 중견 탤런트들이 ‘새들’ 출신이고, ‘난타’ 제작자 송승환, 탤런트 손창민이 당시 경연대회에서 연기상을 받았다.
그의 꿈은 국립아동극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민 간 것도 당시 문화공보부를 설득해 극장 지을 예산을 확보했으나, 국회심의에서 무산되자 화가 나서 였다.
"떠나면서 속으로 외쳤어요. ‘어린이를 푸대접하는 나라, 훗날을 위해 묘목을 심지않는 나라, 장래 크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고. 그런데 아직까지도 전용극장이 없어요. 올 여름 서울에서 아동극을 몇 편 봤는데, 좁고 컴컴한 지하에서 어린이들이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앉아 보더군요. 얼마나 안됐고 화가 나던지…."
자신의 묘비명은 "아동극을 위해 태어나 평생 아동극에 몸바친 주 평"이 될 것이라는 그는 동지를 규합해 국립아동극장 건립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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