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아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 불교 사원인 일본의 호류지(法隆寺)에서 처음 절을 창건할 당시 한반도계 화공이 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채색 벽화의 유물이 발견됐다.2일 일본 신문들에 따르면 나라현(奈良縣) 이카루가쵸(斑鳩町) 호류지 남대문 쪽 유구에서 불에 타 색깔이 변한 벽화 조각 30점이 기와조각 등과 함께 발굴됐다. 이 벽화는 금당벽화(1949년 소실) 보다 반세기 이상 앞서는 것이라고 신문들은 밝혔다.
이는 또한 지금까지 일본에서 발견된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채색벽화의 흔적이다.
이카루가쵸 교육위원회는 이 조각들이 호류지의 전신으로 607년 쇼토쿠(聖德·574~623년) 태자가 창건한 와카쿠사가람(若草伽藍)의 금당이나 탑을 장식했던 벽화의 파편이라고 추정했다. 이 조각들은 고대 동아시아 불교예술의 종합 완성 편으로 불리우는 호류지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줄 고고학적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작가가 한반도계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호류지 연구의 권위자인 교토다치바나(京都橘)여대 이노쿠마 가네카츠(猪熊兼勝) 교수는 "호류지에는 백제의 영향이 농후한 다른 작품들이 있다"며 "백제계의 화공이 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굴을 맡았던 이카루가쵸 교육위원회의 히라다 마사히코(平田政彦) 기사는 ‘기와박사’와 함께 백제에서 건너와 이름이 남아있는 화공 ‘백가(白加)’의 작품이라고 본다.
일본에서는 호류지 건립을 지원한 한반도 세력이 백제계냐, 고구려계냐는 논쟁이 한때 있었다. 호류지 내에 있던 12면 벽화인 금당벽화의 경우 한국에서는 고구려 승려 담징(曇徵·579~631년)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 학계에선 담징이 610년 일본에 불화의 물감 제조법을 전해준 것으로만 보는 견해가 많다.
더욱이 일본학자들은 금당벽화가 담징 사망 이후인 700년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만일 담징이 그린 벽화가 존재한다면 이번에 조각이 발견된 원가람의 벽화였을 개연성도 있다. 담징도 백제를 거쳐 백제의 기술자들과 함께 일본에 왔기 때문에 호류지 창건과 벽화 제작은 어느 한 인물이 아니라 백제의 선진 기술자 집단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번 벽화 조각의 특징은 미리 가는 선을 새겨넣는 밑그림을 그린 뒤 채색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이 7세기말~8세기초의 다카마츠(高松)고분 미인도나 키토라고분 사신도(四神圖) 등 채색벽화의 기법으로 그대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전문가들은 이 조각들이 670년 호류지가 불에 탔다는 니혼쇼키(日本書記)의 기록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류지의 원가람 소실설을 놓고 일본 학계는 100년가까이 논쟁을 벌여왔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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