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에 자수해 대리시험을 본 사실을 털어놓은 두 사람의 김모(20)씨들은 ‘왜곡된 우정’에서 비롯된 잘못을 뒤늦게 후회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대가 없이 순수한 우정으로 도움을 주고 받았지만 결국 준엄한 법 앞에서 범법자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고향인 경북지역 한동네에서 초·중학교를 같이 다니며 유년기와 사춘기를 함께한 두 사람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늘 함께 지낸 친구 사이였지만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대리로 시험을 치른 김씨가 지난해 서울의 S대에 입학한 반면, 다른 한명은 대입에 실패하면서 처음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의뢰인 김씨는 재수를 거쳐 3월 수원의 2년제 대학에 입학했으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고 명문대 진학 욕심도 떨칠 수 없어 자퇴했다. 이후 대리응시자 김씨의 서울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겨 삼수에 들어갔고 자신보다 성적이 우수했던 친구에게 학습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성적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고 실망한 의뢰인 김씨는 결국 지난 9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바로 옆에서 자신의 공부를 도와준 김씨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대리응시자 김씨는 처음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지만 적발될 경우 자칫 자신이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들키지만 않는다면 가장 친한 친구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고 나중에 번듯한 직장을 얻어 사회에서도 더욱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결국 대리시험이란 최악의 선택을 했다.
수원=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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