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전이 ‘대만 민족주의’ 열풍 속에 1일 시작됐다. 11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민주진보당이 2008년 대만독립 신헌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입법부 장악마저 노리고 있다. 선거의 향배는 동아시아 정세 전반에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불어라 독립 바람 천 총통은 ‘대만화’를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신헌법 제정 뿐 아니라 대만을 독립된 실체로 보고 중국 본토의 역사를 제외시키는 대만판 ‘역사 바로 세우기’를 공약했다.
천 총통은 지난달 27일 "국민당 정권이 중국 본토를 통치하던 1946년에 만든 현행 헌법은 본토 지배까지 거론하는 ‘중국헌법’"이라며 "중화민국의 영토는 면적 3만6,000㎢의 대만 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2006년 말 국민투표, 2008년 5월20일 신헌법 시행’이라는 일정표까지 내놓았다.
천 총통은 또 "중국은 외국이자 적국인데 중국을 조국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문제가 많다"며 역사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대만 교육부도 바로 새 중등 역사교과서에선 45년 일본 패망 이전은 중국사, 그 이후는 대만사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만 역사를 탈(脫) 중국, 탈 국민당화한다는 것으로 청천백일만지홍(靑天白日滿地紅) 국기와 국장(國章)의 폐지 천명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야당측은 "정략을 위해 역사를 제 멋대로 재단한다"며 "공자는 외국인, 국부 쑨원(孫文)은 적국인이냐"고 반발하고 나서 과거사 논란은 뜨거운 선거 쟁점이 됐다.
◆ 전망 및 판세 민진당이 승리해 의회가 여대야소 구도로 바뀌면 독립파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 개헌 정국에서 중국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미국 중국 모두 이번 선거를 긴장 속에 지켜보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한반도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고, 대만 여론도 독립 지지(30% 안팎)가 현상유지나 통일(50% 안팎)보다 낮아 신헌법 제정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3월에도 2건의 신헌법 관련 국민투표가 국민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왕짜이시(王在希) 중국 국무원 부주임도 "한편으로 독립을 떠들며 한편으로 양안 안정을 바라는 체 해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판세는 안개 속이다. 여야는 서로 과반수(113석) 확보를 장담하고 있다. 2001년엔 국민당 등 야당 연합이 113석, 민진당 등 여당 연합이 100석을 얻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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