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은 시험의 중압감으로 인해 장의 기능이 무력해지면서 설사를 일으키는 스트레스성 설사(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으며, 특히 시험 당일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여러 차례 화장실을 갈 수밖에 없다.’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에게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하게 먹지 않으면 자칫 이 같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번 수능 부정행위와 관련한 경찰 수사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 시험장 화장실이 비단 이런 증상에 시달리는 학생들만의 장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수능 직후 광주에서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처음으로 적발됐을 때 일부 선수(답안을 제공하는 수험생)들은 화장실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다른 수험생들은 수신된 메시지를 역시 화장실에서 확인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화장실이 각종 부정행위의 온상이라고 지적하는 글들이 들끓었다. ‘먼저 간 수험생이 답을 적어놓으면 뒤이어 들어간 수험생이 답안을 적어왔다’ ‘시험 시작 전에 화장실에 휴대폰을 숨겨놓고 교실에 입장하고 시험 중 그곳에 가서 통화를 했다’ ‘매 교시 종료 10여분을 앞두고 항상 화장실을 다녀오는 수험생이 있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네티즌들의 지적대로 화장실 부정행위는 잇따라 터져 나왔다. 서울에서 적발된 H외고 3학년 3명 중 선수 역할을 한 정모(18)군은 외국어영역 시간에 배탈을 가장해 화장실에 가서 정답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또 1일 청주에서 적발된 입시학원장의 조직적 부정행위도 삼수생 이모(20)씨가 언어영역 시간 종료 20여분 전에 화장실에 가 휴대폰으로 중계자인 원장에게 답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실마다 배치된 2명의 감독 교사가 일일이 화장실까지 수험생들을 따라갈 수도 없었기에 부정행위자들은 화장실을 문자메시지 전송처로 마음껏 활용했던 것이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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