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협상단은 쌀 관세화 유예의 최대 걸림돌인 중국을 어떻게 설득했을까.5월 첫 회담에서 ‘유예기간 5년-의무수입물량 20% 확대’를 주장했던 중국이 6개월간 7차례 접촉을 통해 우리의 ‘10%-8%’ 주장을 수용한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농림부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 협상팀은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크게 4가지 협상전략을 구사했다. 먼저 미국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연미봉중(聯美封中)’ 전략. 이 전략은 쌀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서울대 이태호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이 추천했는데, 협상기간 내내 기본 전략이 됐다. 우리 협상팀은 이 전략에 따라 10월 중순께 미국과 ‘10년-8%’ 합의를 이뤄낸 뒤 중국을 압박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신을 미국과 맞먹는 대국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이 양보했는데, 중국이 양보하지 않아 협상이 깨졌다는 원망을 한국으로부터 듣기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팀은 ‘역정보’ 전술도 구사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우리나라 언론보도를 보고 협상전략을 짰다"며 "이를 이용해 협상 직전 관련 정보를 국내 언론에 흘려 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협상 팀은 또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벼랑끝 전술’도 사용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과는 달리, ‘유예기간 종료 후 재협상 조항’을 배제한 것이다. 이번 유예가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막판 중국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협상 팀이 문서화 수준은 아니지만 쌀 이외 다른 부문에서 향후 양보할 수 있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식 이면합의로 중국의 양보를 유도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제적으로도 농업 협상 전문가는 인력 풀이 다양하지 않아, 쌀 협상에서 만난 상대방을 다른 품목 협상 테이블에서도 만나게 된다"며 "중국 협상 팀이 이번에 양보하면 암묵적으로 다른 협상 때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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