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드러난 탈북자 간첩 사건은 이미 예상했던 일로 탈북 입국자 관리의 문제점을 다시 생각케 한다. 간첩 혐의로 대전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탈북자 이 모씨의 경우에서 보듯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가 맘만 먹으면 중국을 통해 북한을 드나드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이를 역이용해 북한 당국이 조직적으로 탈북자를 가장한 간첩을 침투시키거나 이씨처럼 순수한 탈북자를 간첩으로 활용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다행히 이씨는 밀봉교육을 받고 재입국한 직후 자수했기에망정이지 자수하지 않고 간첩으로 암약했다면 현재의 느슨한 탈북자 관리상황에 비추어 적발해 내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탈북입국자 수가 6,000명 선에 이른 마당에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예산과 인력의 문제가 따를 뿐 아니라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문제를 발생시킨다.
탈북자들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것도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 당초 탈북자의 복수여권 발급 유보기간을 정착 후 5년 후로 했다가 국가인권위의 지적을 받고 6개월로 단축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자수한 이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개월 간 조사하면서 그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국가보안법폐지 논란을 의식해 숨기지 않았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이씨가 자수한 것은 6월이고 국가보안법 폐지논란은 훨씬 이전부터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일과 국보법폐지 논란과의 연계는 무리라고 해명했으나 설득력이 부족하다.
다른 한편으로 탈북자들이 가족 재회 등을 위해 밀입북하는 것을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 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처벌해야 하는가는 휴머니즘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탈북자 입국 러시의 시대에 국가보안법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탈북자 간첩 사건이 한번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탈북자 관리를 강화하고 간첩 침투에 대한 정교한 방어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장기적 대책의 힌트는 바로 이씨 사건 자체에 있다고 본다. 북한이 탈북자를 아무리 이용하려 해도 곧바로 자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북한의 의도를 무력화해 버리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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