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목이 말라도 찬물 마시지 마라’, ‘소금으로 이 닦고, 더운물로 양치질하면 숙취 가신다.’200년 전인 19세기 초반 조선시대 명문 사대부 가문에서 사용하던 비법이 공개됐다.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는 2일 ‘임원경제지’를 지은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인 서유구 선생의 형수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1809년 지은 ‘규합총서(閨閤叢書)’ 중 술 깨는 비법이 실린 부분을 발췌, 소개했다.
규합총서에 따르면 막걸리를 마신 뒤 국수를 먹으면 기공(氣孔)이 막힐 수 있다. 또 홍시, 살구, 버찌, 조기 등도 술과는 상극이니 술 마신 뒤 삼가야 한다. 술에서 쉽게 깨려면 밀실에서 뜨거운 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수십 번 빗질하는 게 좋다고 소개했다.
또 음주 전과 후에 먹으면 좋은 4종류 묘약의 제조법도 공개했다.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은 갈화, 갈근, 백복령 등 16가지 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개어 환으로 먹는데, 한 알을 먹으면 10잔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 은행육, 녹두화, 진피, 완두꽃 등 15가지 약재로 오동씨 크기의 환을 지어 먹는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도 한 알을 먹으면 술기운이 저절로 풀린다. 취향보설(醉鄕寶屑)은 백두구, 정향, 백약전, 모과 등을 갈아서 물과 함께 먹으면 취한 사람이 금방 깨어난다. 호도, 석류황, 백반, 주사 등으로 만든 유황배법(硫黃盃法)이라는 술은 풍담(風痰)에 효과가 있다.
규합총서를 소개한 농업과학기술원 김미희 연구사는 "규합총서에는 빙허각이 그 효과를 직접 검증했다고 적혀 있다"며 "술 많이 마시는 연말에 조상들의 지혜를 빌리면 숙취가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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