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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아마추어 軍 개혁

입력
200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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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1일만인 1993년 3월8일 아침. “육군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오늘자로 바꿉니다.” YS는 청와대에서 함께 조찬을 하던 권영해 국방장관에게 날벼락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20년 이상 군 요직을 독점하며 권력을 주물러온 하나회 숙군(肅軍)의 신호탄이었다.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잘 나가던’ 하나회 소장파 장성이 회식도중 선배 장성들 앞에서 물컵을 내던지는 하극상이 벌어졌다. 당시 한 장성은 “쿠데타설이 끊이지 않아 정보기관과 기무사, 청와대가 밤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털어놨다. 하나회 제거는 근 1년 동안 계속됐다. 치밀한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군 개혁을 놓고 사사건건 삐걱거린다. 군을 개혁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표만 있을 뿐 방법론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늘 추진력이 없고 허둥댄다. 개혁의 칼을 빼 들었다가 다시 집어넣거나 적당히 휘두르고 마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북한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침범 보고 누락 사건은 아마추어 군 개혁의 단적인 예다. 처음부터 대통령이 직접 나서 보고누락을 공론화하는 바람에 벌집 쑤셔 놓은 꼴이 됐다.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인 북한의 도발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결국은 우리끼리 책임 소재를 따지다 애꿎은 합참 정보본부장만 옷을 벗었다. 작전과 보고체계에 문제점이 있었다면 국방장관에게 지시해 조용히 처리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구속사건도 득보다 실이 컸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 대장을 구속해 부패관행 척결의 본보기를 보이려 했지만 군의 불신과 반발만 샀다. 군의 최고급 지휘관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운 것이 군 전체를 매도하는 결과로 작용하게 될지를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남재준 육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한 사건은 얼치기 군 개혁의 하이라이트다. 발단은 장성진급 비리 내용을 담은 투서다. 사안의 성격으로 보나, 사건이 미칠 파장으로 보나 은밀한 수사가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육군의 심장부인 육군본부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지만 어떤 풍파를 일으킬 지 생각조차 안 해봤을까.

문제는 이번 사태가 집권세력과 군부의 누적된 갈등이 극한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는 데 있다. 군의 개혁을 당면과제로 보는 집권세력과 개혁작업이 군을 와해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는 군부의 핵심 세력인 육군과의 충돌이 정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동안 집권세력의 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노골적이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지금 준장, 소장은 군부정권에서 지도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고 했고 임종인 의원은 “수구세력 결집에는 군부와 법조가 있다. 이 싸움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의 안영근 제2정책조정위원장이 육본 압수수색 다음날 “군의 조사결과가 미흡하면 국정조사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기름을 퍼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우리 사회는 문민 우위의 원칙이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적 자주국방과 국방부 문민화작업, 3군 균형발전 등 일련의 군 개혁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다. 이를 부정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어수룩한 개혁방식으로 부작용만 일으켜 국민들에게 불안을 심어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군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다. 또한 명예와 사기를 가장 중시하는 집단이다. 국방의 최후보루로써의 사명 때문이다. 군 개혁작업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군 개혁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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