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최저생계비를 평균 8.9% 인상, 4인 가구의 경우 113만6,000원으로 정했다. 이번 책정은 5년마다 실시토록 돼있는 실생활 조사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예년에 물가인상률 수준인 3~3.5% 올랐던 것에 비춰보면 대폭 인상된 셈이다. 사회 변화에 따라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료, 문화시설 관람료 등 삶의 질과 관련된 항목이 포함된 것도 긍정적이다.하지만 경제부처가 주장해 온 대로 예산에 짜맞춰 최저생계비를 책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시민단체들은 “실사 결과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산정과정에서 식료품비는 삭감했고 휴대전화 요금과 연금보험료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가계 소비지출중 식료품비의 비중을 가리키는 엥겔계수가 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최저생계비 지급대상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대폭 늘렸다지만 실생활비에는 크게 못 미친다.
4인 가구도 최저생계비를 줄이기 위해 표준가구주 평균연령을 평균치로 알려진 43세 대신 39세로 낮췄다고 한다. 자녀들이 생활비가 적게 드는 초등학교 재학 연령에 해당하도록 조정한 것이다. 실사를 한 보건사회연구원이 4인 가구 기준으로 123만원(13%) 인상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으나 무용지물이 됐다.
물론 최저생계비 인상으로 수 천억원의 추가 재정부담을 고민해야 할 예산당국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지만 빈곤층은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다.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빈곤층 지원에 재정의 여유를 따질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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