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군사학교 유학시절인 1980년 미테랑의 사회당정권이 들어섰다. 불만스러워 하는 프랑스 장교에게 외국장교가 ‘쿠데타’를 얘기했다. 그러자 프랑스 장교는 정색하고 “우리가 잘못 뽑았으니 7년을 기다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앞서 68년 학생들의 시위에 몰린 드골 대통령은 옛 전우인 마르세 사령관을 찾아 프랑스의 장래를 염려했다.결론은 프랑스 역사에서 나폴레옹 이후 더 이상의 쿠데타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하야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오늘 날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민주군대는 이렇게 이뤄진 것이다.
최근 군 문제가 대서특필될 때마다 예비역 장군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군은 조국을 구하려 숱한 희생을 치렀고,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장병들이 DMZ, NLL 해상, 영공을 지키고 있다.
인사비리, 국방부와 육군의 갈등, 군 검찰의 월권적 활동, 군 길들이기 설 등으로 군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군이 본연의 국방임무를 의연히 수행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하자면, 우선 군 기강부터 확립돼야 한다. 민주화와 더불어 투서, 모략행위 등이 만연해 있으나 적어도 군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 괴문서나 흘리는 행태는 발본색원 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군 검찰의 역할도 군 지휘권에 대한 도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군 참모제도는 나폴레옹에게 패배한 프러시아군의 샤론 호르스트장군에 의한 군 개혁이 효시다. 처음의 인사 정보 작전 군수참모제도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기획 공병 헌병 정훈 보안 법무 군종 의무 등으로 세분화해 왔다. 이는 대규모화한 군의 복잡한 업무를 지휘관 혼자 처리하기에 벅차기 때문으로, 결국 보다 효과적인 작전운영을 위한 것이다.
군 검찰도 이 같은 참모조직의 하나다. 전쟁 승패의 전 책임은 지휘관에게 있고, 따라서 모든 권한은 지휘관에게 주어져야 한다. 군에선 절대명령.복종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장군의 도를 지켜야 한다. 군에서 매관매직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우리 군은 ‘황금 보기를 돌 같이하라’는 최영 장군과, 갖은 모함 속에서도 ‘필사즉생’의 군인정신으로 나라를 지킨 이순신 장군의 후예임을 명심해야 한다. 장제스의 300만 국민당 군대가 마오쩌둥의 공산군 3만에 패배한 것은 고급 장교들의 부정과 부패가 큰 원인이었음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국민이 앞장 서 군의 명예를 지켜주어야 한다. 언론은 군이 분열되지 않도록 보도에 신중해야 하고, 정치인들은 아전인수격으로 군 문제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 핵 문제와 주한미군 감축의 어려움 속에 국방을 더욱 공고히 할 한국적 전략전술의 수립, 훈련 등에만 매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전환기 군 발전을 위해 모든 국민이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명상 예비역 장성.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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