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착 탈북자가 다시 밀입북했다가 북한 당국에 붙잡혀 간첩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탈북자의 해외여행 허용문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국가보안법 존폐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러나 탈북자 이모(28)씨를 과연 간첩으로 볼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이씨 조사 관련 논란 우선 문제되는 부분은 2000년 이후 중국에서의 정보원 활동이다. 북한 대남 공작지도원의 지시에 따라 2년간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이씨가 지난해 1월 국내에 들어온 뒤 제대로 조사를 받았느냐는 것이다.
다른 탈북자와 마찬가지로 이씨는 국가정보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대성공사’의 합동신문과정을 거쳤다. 이씨는 이 때 자신의 중국 내 정보원 활동에 대해 밝혔으나 관계 당국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 일반 탈북자로 인정했다. 너무 느슨한 조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가 간첩이냐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국정원은 6월 이씨가 국내 정착 이후 북한에 다시 들어간 점, 북한 사람과 허가 없이 접촉한 점을 확인해 국가보안법 상 잠입 탈출, 회합통신 혐의를 적용했다. 국정원은 또 이씨가 북한 대남 공작지도원의 교육을 받고 지시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려 했다는 점에서 간첩으로 인정되는 목적수행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이씨가 뚜렷하게 간첩활동을 벌인 정황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는 확실하지만, ‘간첩’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부 대책 마련 부심 탈북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도 이씨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96년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남모(47)씨와 98년 입국했던 유모(36)씨가 밀입북해 북한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방송요원으로 일한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또 일반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북한 내 가족들을 만나고 오는 경우도 많다. 2001년 50명 수준이었던 해외여행 탈북자는 지난해에는 600여명에 이르렀고 올해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가운데 70% 이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탈북자들은 국내 정착 후 6개월만 지나면 복수여권을 발급 받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이 결과 기한을 한참 경과한 채 해외에 체류 중인 탈북자가 40명을 넘어선 상태다. 그러나 탈북자 해외여행을 막을 경우 국가인권위조차 인권침해라고 비판하고 있어 통제도 쉽지 않다.
정부는 또 이번 사안이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에 기름을 부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월 자수한 사안을 최근의 국보법 존폐 논란과 연계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국보법 존재 이유를 증명한 사례라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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