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에게 올 겨울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추운 계절로 기록될 것 같다.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든 데다 감원 한파까지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에 환율하락, 고유가 등 악재마저 겹치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긴축 경영에 들어가면서 월급쟁이들의 수입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2일 잡링크가 1,5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연말 보너스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은 63.8%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 중 지난해 연말 보너스를 지급했던 곳은 71.3%로, 올해 7.5%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보너스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없다’는 기업이 20.2%로 ‘지난해는 없었으나 올해는 지급한다’는 업체(12.8%)보다 많았다. 또 지난해에 비해 보너스 수준이 ‘줄었다’는 기업의 비율(25.4%)이 ‘늘었다’는 기업(6.2%)보다 높았다.
지난해 기본급의 300%를 연말 보너스로 지급했던 K사는 올해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여건이 악화한 데다,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계획돼 있어 소요자금이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직원 김모(35)씨는 "대출금 납부 등으로 연말에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갑자기 보너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답답하다"며 "일단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니면 씀씀이를 자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민들이 주로 생필품을 구입하는 주요 할인점의 객단가(하루 평균 고객 1인당 구매금액)가 3년 연속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소득이 줄다 보니 올 3·4분기(7~9월) 엥겔계수는 28.4%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샐러리맨들이 어깨를 더욱 움츠리는 것은 감원 한파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게 올해 는 우량, 비우량 기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은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로템도 지난달 관리직 1,550명 중 350명을 감원했다. 코오롱그룹은 전체 임원의 23%를 줄이는 대대적인 감원을 단행했고,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도 내년 경영실적 악화에 대비, 현재 160명인 임원수를 내년에는 10명 정도 줄일 계획이다. 대기업 A사에 근무하는 임모(38)씨는 "언제쯤 경기가 좋아질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환위기 때보다 더 분위기가 험악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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