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념 정체성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구시대적 색깔논쟁은 적절치 못하다."한나라당의 ‘오른쪽’과 ‘왼쪽’이 1일 한자리에 모였다. 당 정체성과 현안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자유 포럼과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접점을 찾아 보자"며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자유포럼에선 박종근 안택수 이방호 의원이, 수요모임에선 남경필 정병국 원희룡 이성권 김기현 박승환 김희정 의원이 나왔다. 자유포럼의 김용갑 의원은 "내가 가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수도 있다"며 편지만 보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만남이 주목을 받은 것은 양측이 서로를 향해 "보수 꼴통" "사상이 의심스럽다"며 손가락질하는 등 당내 이념 스펙트럼의 양 극단을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꽃 튀는 논쟁에?감정싸움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양측 의원들은 이날 국가보안법 개폐 등 현안에 대해선 가급적 논쟁을 피했다. 처음 만났다는 데 큰 의미를 두는 듯 했다. 하지만 색깔론과 이념 문제 등을 두고는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보수파 의원들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여권과의 이념논쟁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안택수 의원은"이념 논쟁을 치열하게 한 후 우리노선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고, 박종근 의원은 "서방국가처럼 당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도록 당명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용갑 의원도 편지에서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뚜렷이 하고 이에 따라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며 "3년뒤 대선의 유불리를 계산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과거의 구태의연함에 바탕한 색깔논쟁을 그만두고 경제살리기만 부각시키자"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사상 논쟁이 필요하지만 지금을 할 상황도 아니고 시기도 놓쳤다"고 반박했다. 박종근, 원희룡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좌파인지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양측은"당의 주체는 여러분들이다""의총에서 보던 선배님들이 아니네요"라며 서로를 추켜세웠고, 후배는 전사로 뛰고 선배는 병참기지 역할을 맡아 당을 이끌어가자는 원칙적 합의도 이끌어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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