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남북 화해협력론자인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신임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내정된 데는 노무현 대통령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얼마 전 ‘햇볕정책의 전도사’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싱크탱크인 세종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도 한 총장의 적십자사 총재 내정과 맞물려 해석하면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광복 60주년인 내년에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진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것이다.
한 내정자는 문민정부 첫 통일부총리를 역임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 초 ‘민족 우선론’ 기조를 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씨의 북송 등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폈다. 하지만 극우진영이 제기한 색깔론 파동에 휘말려 1993년 말 취임 10개월 만에 경질됐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총리를 맡아 대북 정책에는 별로 개입하지 않았으나 현 정부 들어서는 방송 출연, 인터뷰를 통해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적극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15일 CBS라디오에 출연, 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을 적극 지지했으며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일단 미국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은 가변적이지만 민족은 잠시 불화하더라도 먼 역사에서 보면 같은 피를 나눈 형제"라며 ‘민족 우선론’도 강조했다.
적십자사의 보폭도 보다 커지고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적십자사가 민간분야의 대북지원창구이며 이산가족문제를 총괄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활동가이자 진보성향의 한 내정자가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정부 주변에서 넓게 퍼져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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