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만든 뮤지컬 음악의 대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뉴욕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초연한 1986년, 이미 영화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 부인이었으며 당시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과 결별하면서 이 계획은 어그러져 영화화까지는 무려 18년의 시간이 걸렸다.1911년 발간된 가스통 르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로 유명하지만, 영화가 먼저다. 1925년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처음 제작된 이후, 지하공간에 숨어 살며 여가수 크리스틴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는 팬텀에 대한 이야기는 무려 6번이나 영화화됐고, TV 시리즈로도 2번이나 선보였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만나 완성한 ‘오페라의 유령’은 같은 소재의 영화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버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도입부 먼지 자욱한 덮개에 가려 있던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솟아 오르면서, 시간을 거슬러 1870년 전성기 시절의 오페라극장으로 변해가는 장면은 그 예고편이다.
익숙한 뮤지컬 음악 뿐 아니라, 오페라극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장면이 흥겹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영화를 이끈다. 무명의 크리스틴이 프리마돈나로 등극하는 오페라인 ‘한니발’을 비롯해 ‘일 무토’ ‘돈 후안’ 등의 공연 장면은 울긋불긋한 의상과 화려한 음악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또는 삽입곡 ‘Masquerade’과 함께 펼쳐지는 가면무도회 장면도 출연자들의 흥겨운 표정과 금빛으로 반짝이는 의상이 조화돼 코스츔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다.
허나, 워낙 뮤지컬로 알려진 터라 비교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눈 앞에서 직접 펼쳐지는 연주나 노래와 비교하자면 영화는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장점도 많다. 지하세계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는 장면, 라울이 거울 속에 비친 여러 명의 팬텀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 등은 뮤지컬 무대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멋진 장면일 것이다.
다양한 변주작을 낳으며 이 이야기가 사랑 받아온 첫번째 이유는팬텀이라는 인물이 지닌 묘한 마력 때문이다. 팬텀의 정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어 왔다. 해고 후 앙심을 품고 협박을 일삼는 수줍은 바이올리니스트, 또는 기형적 외모를 타고난 남자이기도 했고 98년 만들어진 공포영화 버전에서는 하수구에 버려진 채 쥐들이 키운 고아로 그려지기도 한다. 2004년 ‘오페라의 유령’은 팬텀의 과거에 대해 이보다는 훨씬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2시간 넘게 펼쳐지는 화려함, 그리고 절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 아름다운 뮤지컬 삽입곡 등이 이 영화를 "볼만하다"고 추천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생음악과 생연기에 길들여진 골수 뮤지컬 팬들이라면 "입 모양이 어색해" "감동이 안 와"라며 어쩔 수 없이 불평도 할 것이다. 10일개봉. 12세 관람가.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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