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기 내각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진행하고 있다. 집권 2기 국내외 정책 집행을 견인할 각료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인선은 사실상 조각에 가깝다.미국의 최근 50년 역사상 가장 큰 부서를 이끌었던 톰 리지 국토안보장관이 30일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2기 내각 불참이 확정된 각료는 모두 7명으로 늘었다. 백악관이 사임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는 토미 톰슨 보건, 노먼 미네타 교통 장관을 합하면 15명의 각료 중 60%인 9명이 내년 1월 21일 부시 대통령 취임식 이전 새 얼굴로 교체될 전망이다.
여기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 존 스노 재무 장관이 2기 내각 출범 후 오래지 않아 물러날 것으로 보여 주택 노동 내무 재향군인담당 장관 등 4명을 제외한 전원이 갈리게 된다. 재선에 성공한 역대 미 대통령의 각료 교체 폭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때 9명으로 가장 많고 대개 3~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수준의 재편이 이뤄지는 셈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새 내각의 색깔이다. 1기 내각은 개성이 강한 스타급 중진 인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른바 ‘드림팀’을 갈아치우고 그 자리를 ‘충성파’로 채움으로써 친정 정치의 가동을 예고하고 있다.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의 후임에 지명된 알베르트 곤살레스 백악관 법률고문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이어 "미국을 대표할 얼굴" 역할을 할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년 동안 부시 대통령이 직접 충성도를 검증한 측근들이다. 내치와 외치의 핵심 부서 사령탑에 심복을 앉힌 것이다.
또 교육장관으로 지명된 마거릿 스펠링스 백악관 국내정책보좌관은 곤살레스 지명자와 함께 1994년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였을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텍사스 사단’의 일원이다.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측근 전진배치에는 11월 2일 대선 승리의 자신감이 배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 51%의 지지를 받아 당선한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국정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측근들의 각료 지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발표된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켈로그사 회장의 상무 장관 지명은 2기 내각 인선에 쏟아지는 "새로운 피의 수혈은 없고 충성파로 채워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또한 새로운 정책 전략을 제시하기 보다는 백악관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집행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 언론의 예상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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