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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복원과 해체의 변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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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복원과 해체의 변증법

입력
200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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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는 매우 커다란 혼돈과 위기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위기 속에 좌우 이념대립, 지역갈등, 세대 갈등, 친노·반노 등 갖가지 대결구도가 형성되어있고, 갈수록 이러한 갈등이 더욱 악화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갈등과 위기는 늘 있게 마련이다. 갈등과 위기가 없는 사회가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갈등의 존재가 아니다.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갈등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막지 못하고, 갈등 극복과정에서 우왕좌왕함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키워 왔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다.갈등에 대해 큰일났다며 가장 요란하게 호들갑을 떤 것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수구 기득권 세력과, 아직도 과거의 권위주의적이고 중앙집중적인 행정의 타성에 젖어있는 보수적 고위관료집단이 가세했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비판은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갈등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다. 또 경제 불안감으로 참여정부에 대해 등을 돌린 국민들과, 이라크 파병 문제, 방폐장 건설 문제 등을 계기로 참여정부와 사이가 나빠진 시민단체를, 대통령과 확실하게 갈라놓으려는 속내도 드러난다.

대립과 갈등 양상은 참여정부 등장 이후 ‘보수의 능동화’ 현상이 발생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과 대립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넘어가는 민주주의 과도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인 요소와, 민주주의적이고 문민적인 가치가 충돌하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비합리적, 극우적, 냉전 추종적 기득권 세력의 지배력이 서서히 약해졌다. 합리적 자유주의 진영이 두 차례의 대선에서 잇달아 승리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기득권 보수진영이 참여정부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심해졌다. 17대 총선에서 의회권력마저 합리적 자유주의 진영으로 넘어간 뒤 보수의 능동화 현상은 더 강화되었다.

이 갈등과 대립의 바탕에는 복원과 해체라는 이중적 변화가 깔려 있다. 복원되는 것은 1987년 6월항쟁으로 당연히 이뤄졌어야 할 합리적, 민주적 정치과정이다. 반독재민주화를 이끌어왔던 양김(김영삼-김대중)의 분열로 미뤄졌던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해체되는 것은 해방 이후 50여년 동안 한국사회와 한국정치를 억눌렀던 냉전분단구조와 권위주의적 통제 체제이다. 그 동안 냉전체제에 짓눌려 반전평화운동의 무풍지대였던 한반도에서 냉전구조가 능동적으로 해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냉전분단구조에서 태어나 민주주의를 탄압했던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바로 복원과 해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합리적 자유주의 진영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기득권 보수진영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그러므로 당연하다.

없어져야 할 것들의 해체와 그 자리를 채워야 할 것들의 복원은 1987년 이후 꾸준히 이뤄진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한다. 이 복원과 해체의 과정은 이미 이뤄졌어야 할 것을 이제야 이룬다는 점에서 만회혁명적 성격을 띠고 있다. 만회혁명이 정보사회라고 하는 새로운 사회적 변동, 세계화라고 하는 흐름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또 정치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는 이 이중적 변화과정은 긍정적인 근대와 탈근대가 부정적인 전근대와 근대를 동시에 극복하는 압축혁명의 과정이기도 하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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