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 고교 선배인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을 통해 김동건 서울고법원장에게 청탁전화를 했다는 본보 보도(1일자 1면)와 관련, 김 의원이 지난달 30일 일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김 법원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1일 새롭게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김 법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청탁전화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30일 오후 2시께 김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밝혔다. 김 법원장은 통화 내용에 대해 "안부성 전화에 불과했다"며 "권 의원 관련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법원장은 김 의원에 대해 "6월 대구의 한 상가에서 만난 이후 한 차례 전화통화만 했을 뿐 친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밝혔고, 김 의원도 "김 법원장과는 연초 기관장 모임 때 처음 만난 사이"라며 친한 사이가 아님을 강조했다. 따라서 김 의원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친분이 없는’ 김 법원장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본보 보도 후 파문이 일자 권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선·후배 의원들에게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적은 있지만 김 의원을 통해 특정인에게 부탁한 사실은 없다"며 "김 법원장과도 특별히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 법원장의 해명대로라면 권 의원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권 의원이 29일 대구에서 항소심 선고를 받은 후 서울에 있는 김 법원장에게 전화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날 권 의원으로부터 전화가 온 사실은 김 법원장도 시인하고 있다.
또 지난달 29일 기자에게 김 법원장을 수 차례 거론하며 청탁사실과 함께 감사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도 권 의원이었다. 당시 권 의원은 "감사전화를 했을 때 김 법원장이 ‘의원활동 열심히 잘 하시라’고 말했다"며 구체적인 통화 내용까지 언급했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 "다른 사람과의 통화 내용이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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