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주째를 맞은 지난 주, 박스오피스 순위를 결정하는 서울관객 순위에서 외화 ‘나비효과’에 1위 자리를 내어준 ‘여선생VS여제자’. 한 주만에 1위 자리에서 밀려난 원인을 "영화가 너무 어리게 포장된 것 같다"는 데서 찾는다. 조숙한 초등학생이 노처녀 선생님과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설정이 영화를 ‘아동용’으로 낙인 찍었고, 그 결과 극장의 주된 관객인 20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정색하고 여선생과 여제자의 애정대결을 그린 것도 아닌데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치하다’는 느낌을 벗겨내기 위해 고등학생 여제자를 등장시켰다고 생각해 보면 그건 더 이상하다. 여고생과 여제자의 삼각관계는 매우 심각한, 정말 싸움이 되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코미디는 안된다.
하지만 장규성 감독의 전작 ‘선생 김봉두’를 재미있게 봤다는 한 후배는 ‘여선생VS여제자’라는 제목에 딴지를 건다. "요새 초등학생이 아무리 버릇이 없다지만, 어떻게 선생님이랑 ‘맞짱’을 뜨나. 영화 속 애들은 좀 천진난만해야 하는 거 아냐?" 사실과는 매우 다르더라도 어른들은 영화 속에서라도 순진무구한 어린이를, 존경받는 선생님을 보고 싶어한다.
올해 평단에서 ‘귀여워’만큼 극찬을 받은 한국영화도 드물 것이다. ‘발칙하지만 신선하다’ ‘그간의 영화문법을 뒤엎는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등 칭찬이 쏟아졌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의외로 썰렁하다. 영화 좀 챙겨 본다는 이들도 "좀 막 나가는 거 아니야?"라는 반응. 아버지와 세 아들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여자는 오늘은 아버지, 내일은 첫째 아들, 모레는 막내 아들 하는 식으로 돌아가며 잠자리를 한다. 전체적인 영화의 메시지와 달리 이런 줄거리가 ‘귀여워’를 막 나가는 영화로 낙인 찍은 듯하다. ‘발랄하다’는 평과 달리 "좀 어렵다"는 관객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코미디일 수도 있는 이 영화를 관객들은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소재의 금기는 없어졌다 생각했다. 동성애 코드에 근친상간까지, 영화에서 못 다루는 얘기는 없는 듯했다. 관객들이 좀 너그러워진 듯도 했고 도덕적 잣대가 무뎌진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가끔 관객들은 예상과 달리 너무 도덕적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게 관객들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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