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기대권후보 3룡중 두사람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1일 저녁 한나라당 소속 서울 지역 의원 및 지역 위원장 송년회에서 조우했다. 10월1일 행정수도이전 저지를 위한 박 대표와 수도권 시도지사 간 긴급간담회 이후 딱 두 달 만이다.둘은 경쟁 관계를 의식한 듯 가벼운 포옹을 나누는 등 친밀한 광경을 연출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박 대표는 소주 반 병, 이 시장은 소주 1병 반을 마셨고 이 시장은 박 대표와 어깨동무를 하면서 "건배"를 외치는 등 협력관계를 부각했다. 박 대표는 인사말에서 "소수당으로서 당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으니 큰 힘이 돼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고, 이 시장은 "나는 한나라당 소속임을 확실히 해 둔다. 어려울 때 당이 박 대표 중심으로 잘 해줘서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비공개 석상에서 이 시장은 "고지 점령을 위해선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당이 4대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공정거래법 등 여당이 합의해서 할 것 같다가 막판에 튼 전례가 있어 긴장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 시장은 "민심이 모든 걸 말해 주니 국가보안법은 소신 있게 꼭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당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그래서 내 계보로 알려진 이재오 의원을 박 대표 쪽으로 방출했다"고 농담을 건넸다.
당내 대표적 반(反) 박근혜 파인 이 의원은 "오늘 대표 바로 옆에 앉아 영광"이라고 받아 넘기면서도 "정치 현안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박 대표의 리더십에 일침을 가했다. 박 대표는 이 의원에게 "오늘만 휴가 나오셨느냐"며 뼈 있는 농담으로 받아 쳤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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