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영국 런던의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국빈 방문(state visit) 공식 환영식은 영국 왕실의 전통을 보여주듯 화려하고 품격이 있었다.공원 가로수 낙엽들이 고개를 떨구는 추운 날씨였지만 의장대와 수백명 기병대의 힘찬 발걸음은 추위를 녹일 듯한 분위기였다.
노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우리나라 국가원수로서 최초의 국빈 방문으로 특히 공식 환영식에 시선이 쏠렸다. 환영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와 토니 블레어 총리, 여왕의 막내 아들인 에드워드 왕자, 3군 참모총장, 런던시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임시 숙소인 힐튼호텔로 영접 나온 에드워드 왕자 내외와 각각 승용차에 동승해 호스가즈 광장으로 향했다.
노 대통령 내외가 광장에 도착하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여왕 내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41발(국빈방문 의미)의 예포 발사와 트럼펫 연주 속에 시작된 환영식에서 의장대장은 한국말로 사열 준비를 알렸다. 노 대통령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엘라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말 여섯 필이 끄는 1호 왕실 마차를 10분간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2호 마차에는 권양숙 여사와 여왕 부군인 필립 공이 동승했다. 우리측 공식수행원 13명도 5대의 마차에 나눠 탔다. 총 7대의 마차 행렬 주변에는 말을 탄 300여명의 기병대원들이 배치돼 웅장한 풍경을 연출했다. 노 대통령은 여왕 주최의 오찬에 참석, 수공예품인 화각머릿장과 한국의 전통화살을 여왕 내외에게 선물한 뒤 가까운 시일 내에 여왕이 다시 방한토록 초청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외국 국가원수에게 수여하는 영국 최고 훈장인 ‘배스 대십자훈장(GCB)’을 노 대통령에게 서훈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 참석,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애를 써서 맞춰 놓은 건데 임기 중에는 기회를 못 얻고 이번에 기회를 만들었다"며 김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한 답례 형식으로 이번 국빈 방문이 성사됐음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권 지도자, 민주주의 지도자로서의 명성이 있고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큰 방향을 잡아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며 업적을 칭송했다. 동포간담회에는 아들이 영국에 유학 중인 영화배우 명계남씨와 영국에 장기 체류 중인 소설가 황석영씨도 참석했다.
런던=김광덕기자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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