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정신 자세가 불러온 어처구니없는 패배였다.K리그 3연패에 빛나는 성남이 1일 성남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 2차전 알 이티하드(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홈경기에서 0-5로 대패, 종합전적 1승1패로 동률을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1995년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아시안클럽컵 우승 이후 9년 만에 정상도전에 나섰던 성남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완패했다.
결정적 패인은 정신력이었다. 지난달 25일 원정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성남은 이날 홈에서 아시아 클럽정상 등극을 자축하는 축포를 쏘아올리겠다며 여유 있게 그라운드에 나섰다. 0-2로 패하더라도 원정 다득점 우선 규정에 따라 우승컵을 거머쥐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
하지만 경기양상은 초반부터 딴판이었다. 홈 잇점을 안은 성남은 잦은 패스 미스에다, 몸놀림이 무거운 반면 감독을 경질하며 배수진을 치고 나온 원정팀 알 이티하드는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하며 초겨울의 추운 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펄펄 날았다.
알 이티하드는 경기 시작과 함께 미드필드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전개, 주도권을 잡았다. 성남의 양 측면을 부지런히 공략하던 알 이티하드는 전반 27분 첫번째 골을 신고했다. 성남측 왼쪽에서 올린 안데르손 루시아노의 코너킥을 수비수 레다가 방아찧기 헤딩슛, 그물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알 이티하드는 전반 종료 직전 루시아노가 성남 진영 중앙 왼쪽에서 문전으로 올린 프리킥을 함자 사이드가 달려들며 두 번째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들어 벼랑 끝에 몰린 성남은 김도훈과 이성남이 잇따라 상대 골문을 두드렸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거나 골대를 빗나갔다. 오히려 공격에 치중한 나머지 수비에 허점을 보이면서 후반 10분 누르에게 세 번째 골을 내주고 말았다.
성남은 용병 마르셀로를 투입하며 마지막 ‘올인 작전’을 펼쳤으나 후반 32분 누르에게 네 번째 골, 인저리 타임때 마나프에게 5번째 골을 잇달아 허용하며 영패의 치욕을 당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선제골을 넣은 이티하드의 팔라타 레다가 선정됐으며 알 이티하드는 우승상금 50만달러를 챙겼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