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나 다름없는 4대 신용보증기관의 기금이 지난해 4조원 가까이 낭비됐다. 일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부실한 신용보증 관리체계 탓이다.29일 재정경제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보증기금(1조6,483억원)과 기술신용보증기금(1조2,173억원),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1,203억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5,763억원) 등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는 4대 신용보증기관이 보증을 섰다가 채무가 부실화하면서 일선 금융기관에 대신 지급해 준 규모가 3조5,622억원에 달했다.
반면 4개 보증기관이 이들 보증을 서는 대가로 금융기관에서 미리 받은 출연료는 대위변제액의 21%인 7,793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그동안 정부 예산에서 4대 보증기관에 총 23조9,985억원을 출연금으로 지원했다. 따라서 지난해 대위변제액이 3조5,622억원에 달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세금을 털어 금융기관 빚을 대신 갚아준 금액이 3조5,622억원이라는 뜻이다.
금융기관이 잘못된 대출로 부실이 생겼는데도 보증료의 5배 이상을 챙겨가는 현상은 개별 금융기관의 대출관리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출연료율 산정 체계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회 예결위는 "현행 법은 개별 금융기관의 연체율 실적과는 상관없이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을 출연료로 내도록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선 금융기관에서는 보증 받은 대출에 대해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예결위는 또 "신용관리를 철저히 해 보증기관으로부터 대위변제를 한푼도 받지 않는 우량 금융기관이 그렇지 않은 금융기관과 동일한 출연료를 부담하는 등 형평에 어긋나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결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연금을 산정할 때 대위변제율 및 보증이용률에 따라 출연료율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도에 따른 출연료율 차등화는 보증위험에 대한 수익자 부담원칙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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