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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부정 전국서 적발/서울 고3생 본보 기자에 고백"친구 셋이서 답안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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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부정 전국서 적발/서울 고3생 본보 기자에 고백"친구 셋이서 답안 주고 받았다"

입력
200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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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휴대폰 문자 메시지 수사를 통해 수능 부정행위자로 적발돼 30일 소환 조사를 받은 서울 강동구 소재 H고교 3학년 A(18)군은 "나와 친구가 또다른 친구 1명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답안을 보냈으며, 광주지역은 수능 이전부터 부정행위 소문이 파다했지만 서울에서는 그런 말이 없어 시험실 감독이 허술했다"고 말했다.이날 서울경찰청의 소환 조사를 받은 A군은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험 당시 상황과 부정행위 모의 배경 등에 대해 자세히 털어 놓았다.

A군은 서울에서 같은 고교, 같은 반에 다니는 친한 친구 사이로 내신시험 때마다 서로 자신 있는 과목 정답을 휴대전화로 교환해 왔던 B(18), C(18)군과 함께 3인 1조로 수능 부정을 모의했다. 이들 3명은 평소 성적이 상위권에 속해 서울 소재 대학 입학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유독 큰 시험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B군이 문제였다. B군은 평소 학교에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 등에서는 A군과 C군을 앞서기도 했지만 6월 실시된 모의고사에서 평소 실력에 비춰 총점 대비 100점 정도 낮은 점수가 나오는 등 중요한 고비에서는 시험을 망치는 징크스에 시달렸다. 이들은 시험 전날 인터넷 채팅방에서 만나 "이번 수능에서 각자 자신이 있는 과목 하나씩을 맡아 B군에게 답안을 불러주자"고 의기투합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시험을 치르는 학교가 같았고 1명은 달랐다. A군과 C군은 B군과 연결된 휴대폰을 들고 시험실로 들어갔다. A군과 C군은 1교시와 2교시에 치른 언어와 수리영역 답안을 휴대폰을 통해 문자 메시지로 전송했다. A군은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이미 너무 익숙해 자판을 보지않더라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었다"며 "감독 교사는 ‘휴대폰을 갖고 있는 학생은 꺼내놓으라’는 말만 하고 정작 감독에는 소홀해 별다른 문제없이 답안을 전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능 부정을 모의하면서 ‘광주에서 휴대폰 부정행위가 대규모로 이뤄진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으나 서울에서는 부정행위 모의 얘기가 나오지 않아 시험 감독이 상대적으로 허술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고 덧붙였다. C군도 몰래 쪽지에 답을 적은 후 시험 도중 배탈이 났다며 화장실에 들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 3명은 가채점 결과 수능점수가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A군과 C군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느라 문제 풀 시간이 부족했고,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답안을 작성했던 B군도 ‘내가 적발되면 다른 친구도 걸릴 것’이란 생각에 최대한 조심스레 시험을 치르느라 3명 모두 평소에 비해 100점 정도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했다.

A군은 이날 낮 소환 조사를 받고 오후 8시께 귀가하면서 "이렇게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다.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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