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한국과 싱가포르의 두 정상이 타결을 선언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간의 무역장벽을 철폐한다는 취지를 뛰어넘는 다양한 뜻과 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미 양국 간의 상품교역은 대부분 무관세로 이뤄지고 있고 그 규모도 연 80억달러 수준이어서 협정만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칠레와의 FTA보다 이번 협정이 더욱 주목받는 것은 인구 5억명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시장, 넓게는 아세안과 한·중·일로 이뤄지는 인구 20억의 동아시아 시장이 단일시장으로 뭉치는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에 비해 동남아에 대한 영향력이 작고 FTA에도 소극적이었던 우리로서는 그동안의 약점을 만회할 교두보로 이번 협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개성공단 등 북한의 경제특구에서 우리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남한으로 가져와 수출할 경우 한국산으로 인정키로 한 것도 큰 성과다. 남북 간 거래를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하는 국제적 선례는 북한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해외판로 걱정을 덜어 줘 남북경협의 질과 양이 한 단계 향상되는 계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눈앞의 성과보다 우리가 더욱 유의해야 할 것은 중국이 같은 시기에 아세안 10개국과 오는 2010년까지 모든 교역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내용의 F TA를 체결한다는 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그동안 사회주의 체제를 이유로 반대해 온 시장경제 지위를 남미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얻게 돼 미일 등과의 통상헤게모니 싸움에서 한층 힘을 받게 됐다.
이런 만큼 FTA 후진국으로 불리어온 우리는 차제에 시장개방 의지와 정책을 더욱 분명하게 천명해 아세안 10개국과 FTA 체결을 서두르고 일본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과의 FTA 협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외 개방과 무역확대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말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전략이 없으면 늘 머뭇거리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