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용평스키장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스키장들이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스키는 일부 부유층이 즐기는 귀족 스포츠로 분류되었으나 요즘은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중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1990년 56만명에 불과했던 스키어들이 지난해에는 500여만명으로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스키는 설원을 달리는 쾌감이 있어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박진감이 넘치지만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타다가는 부상을 당하기 십상이다. 스키어의 0.5%가 부상하는 통계자료로 미루어볼 때 올해도 스키어들 가운데 2만5,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슬로프에 많은 사람이 스키를 타기 때문에 부상 위험도 더 높다. 스키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상과 응급상황별 대처요령, 예방법 등을 알아본다.
◇팔·다리 부상 많아
스키 부상 가운데 가장 흔한 부위가 무릎뼈 안쪽의 넓적다리와 정강이를 잇는 전방십자인대 손상이다.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부상이다.
스키를 타다가 미끄러져 넘어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무릎 인대가 파열되기 쉽다. 이럴 때에는 억지로 일어서려 하지 말고 그냥 넘어지면서 손을 앞으로 가져가고 다리를 모아야 한다.
엄지손가락쪽 인대의 파열도 잦은 부상 가운데 하나. 폴을 잡은 채 넘어지게 되면 부상하기 쉬우므로 넘어질 듯하면 손이 슬로프에 닿기 전에 폴을 버려야 한다.
바인딩 조절이 잘못되어서 생기는 다리 골절도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라면 넘어질 때 쉽게 풀어지도록 바인딩 강도를 약하게 고정해 부상을 줄이도록 조언한다.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부상도 급증하고 있다. 스노보드는 200번에 한 번 꼴로 부상이 발생할 만큼 위험하다. 주로 땅을 짚고 넘어져 손목관절, 팔, 목을 다치며, 앞으로 내밀고 타는 다리(대개 왼쪽) 부상이 반대쪽 다리보다 부상이 2배 이상 많다. 초보자는 꼬리뼈와 엉치뼈도 잘 다친다.
부상을 방지하려면 헬멧, 손목·무릎·엉덩이 패드 등 보호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외부의 충격을 적게 받도록 자세를 안정적으로 굽힌다.
◇부상 어떻게 대처하나
현재 국내 스키장 실정과 이용객 수준을 감안하면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은 ‘방어스키’밖에 없다. 전방십자인대 부상은 스키 실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이므로 이를 피하려면 일명 ‘낙법’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넘어질 때 양팔을 의식적으로 앞으로 뻗고 다리와 스키를 가지런히 모으고 옆으로 쓰러져야 좋다. 팔을 뻗으면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모아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동작을 익힌 사람은 전방십자인대 부상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62%나 낮다고 한다.
추운 날씨에 갑자기 스키를 타면 관절이나 인대, 근육이 쉽게 다칠 수 있으므로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시작해야 하며, 평소에도 운동을 통해 심폐기능과 하체 근육을 강화하면 부상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스키로 인한 부상은 평일보다 주말이 3배 이상 많은데, 하루 중에는 오전 10~11시가 가장 부상이 적고, 피로도가 높은 시간대인 오후 3시쯤 가장 많이 다친다. 기온 상승으로 눈이 녹아 스키의 회전력이 떨어진 것이 한 원인이다. 또 평균 3시간 정도를 탄 사람들의 부상 빈도가 가장 높다. 피로가 누적되면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므로 1시간 정도 스키를 탄 뒤 10분씩 쉬도록 한다.
◇응급처치 요령
전문 지식이 없는 경우 부상부위를 함부로 만지거나 흔들면 안 되며, 작은 부상이라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일단 상처가 난 부위는 절대 건드리지 말고, 환자를 안정시킨 뒤 부목이나 보조도구로 현재 상태 그대로 고정시켜 전문 의료진에게 이송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 구조상 중요한 조직인 혈관, 신경은 깊숙한 곳에서 뼈로 보호되어 있으므로 설령 뼈가 부러지더라도 해부학적으로 이들 조직은 안전하다. 다만 부상부위를 함부로 비틀거나 하면 주요 조직마저 다쳐 큰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관절이 붓고 아프면 2~3일간 냉찜질을 해 부기를 가라앉히고 내부 출혈을 막아준다.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온찜질은 냉찜질로 상태를 안정시킨 후 해야 한다. 찜질로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인대가 파열되었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원하 교수, 건양대병원 이우석 교수>도움말=삼성서울병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