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기존에 적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휴대폰 부정행위조직 외에 광주·전남 등에서도 중계조가 낀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고, 전북을 포함한 서울과 충남에서도 크고 작은 부정행위가 적발됐다.◇적발 내용
경찰이 KTF(016·018)를 제외하고 SKT(011)와 LGT(019)에서 넘겨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 24만8,000여건을 분석해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한 가담자수는 서울과 충남, 전북, 광주·전남 등 전국 4개지역에서 21개조 82명이다.
이중 서울은 2인1조와 3인1조가 2개팀씩 모두 10명이 부정행위를 했으며 중계조 없이 시험실에서 수험생끼리 답안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인1조 팀은 1명의 수험생이 2명의 수험생에게 수리와 외국어영역 답안을 각각 전송 받았다. 또 가장 숫자가 적은 충남지역에서도 1대1 답안전송 방식으로 2개조 4명이 적발됐다.
반면 상대적으로 적발 인원이 많은 전북은 기존에 적발된 광주 조직과 유사한 방법을 사용했거나 서울 충남의 경우처럼 개인별로 송·수신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북에서는 8개조 39명이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중 12명이 1개조를 이룬 경우도 있어 광주의 경우처럼 중계조를 별도로 준비한 조직적 부정행위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7개조 29명이 적발된 광주·전남의 경우 일단 광주에서 적발된 기존 가담자와는 다른 수험생들로 이들 중 1명 이상의 전송자가 중계를 담당하면서 7명에게 일괄적으로 답안을 보낸 사례가 확인됐다. 이외에도 기존 조직과 연계되거나 개인별 송·수신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방법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수능일인 11월17일 전국에서 전송된 휴대폰 문자 메시지 총 2억여건을 대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시험이 치러진 오전 8시40분~오후 6시15분 메시지로 범위를 압축한 뒤 다시 특수문자나 글자 등이 포함된 메시지를 제외하고 숫자로만 이뤄진 메시지 26만여건을 SKT와 LGT로부터 건네 받았다. 이어 5지 선다형인 수능답안 형태를 고려, 숫자 ‘5’이하의 메시지만 추려낸 뒤 실제 답안과 유사한 배열을 보인 메시지 550여건을 걸러냈다. 숫자메시지라도 ‘0’이 들어있거나 ‘★’ 등 특수문자가 섞인 것과 문자가 들어있는 메시지는 제외했다. 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휴대폰을 통해 답안을 맞춰보는 수험생도 있어 이 시간대에 전송된 메시지도 추적대상에서 빼놓았다. 이렇게 압축된 550여건을 토대로 경찰은 면밀검토에 들어가 전국 4개지역 21개조 82명을 수능 부정행위자로 최종 확인했다.
경찰의 숫자메시지 조사에도 위기는 있었다. 한 통신업체는 문자정보를 통상 1주일간 저장하는데 경찰이 자료를 요청한 시점이 22일이어서 수능 1주일 뒤인 24일 이후에 수사가 시작됐다면 자료 삭제로 완전범죄가 이뤄질 수도 있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 문자섞인 메시지도 수사
경찰이 30일 광주 이외 전국 각지의 휴대폰 부정행위를 추가 적발했으나 문자 메시지 추적이나 대리시험 추적 등 미진한 부분이 많아 수능 부정행위 전모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날 적발된 82명은 SKT와 LGT 등 2개 이동통신사의 휴대폰을 통해 숫자로 수능 답안을 전송한 경우여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KTF의 1만2,000여건에 대한 추가조사나 문자 메시지에 대한 수사 등이 마무리 되면 전국적인 부정행위 연루자는 수백명 선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경찰은 애초 숫자 메시지만 조사했고 문자가 포함된 경우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날 밤부터 휴대폰 메시지에 수능과 관련한 문자가 포함된 경우에 대한 수사를 병행함으로써 일단 수사의 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번의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남는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가 없는데 광범위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든 문자 메시지까지 조사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생활 및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수능 관련 문자’ 외에는 여전히 수사를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또다른 재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주에서 처음 적발된 부정행위 사건의 경우 휴대폰 메시지에 "형 선수 실패요" 등의 문자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경찰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추가 적발된 사건 중 광주 사건과 비슷한 조직적 부정행위가 얼마나 있는지도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 경찰은 전북에서 조직적 부정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번에 적발된 소규모 ‘커닝 조’들이 서로 연결돼 있거나, 거대한 부정행위 조직의 일부분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경찰은 신속한 수사를 위해 지방청별로 사건을 할당해 이르면 1일부터 소환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경찰의 휴대폰 메시지 수사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대리시험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1건 밖에 적발된 것이 없다. 대리시험은 사후 적발이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경찰은 ‘완벽한 대리시험’을 목적으로 일부 수험생들이 아예 응시원서를 제출할 때 대리응시자의 사진을 붙여 내는 수법으로 현장 적발을 피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날 재수 이상인 서울지역 응시자 6,800여명의 응시원서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주민등록 사진과 대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충남경찰청도 충남도교육청에 응시원서 원본을 요청하는 등 각 지역청도 본격 수사에 나서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