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현재 군단 또는 사단 소속의 군판사와 군검찰 조직을 국방부 소속으로 일원화하고, 군검찰에 헌병대와 기무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군사법제도 개혁안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개혁안에는 수십 년 동안 고착돼 온 군 사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고 상당 부분이 각급 지휘관과 일부 병과의 재량권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입법 및 시행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 각군 참모총장이 갖고 있는 군판사와 군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국방부장관이 행사해 상관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강화된다. 그동안 군 안팎에서는 특정 인물이 뇌물수수나 각종 이권개입 등 비리를 저질러도 이해관계가 있는 지휘관들의 입김이 재판부나 검찰에 작용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사개위는 이와 함께 군판사와 검사에 군법무관 뿐 아니라 민간인 변호사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국방장관의 인사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군판사 인사위원회’ 도입에도 합의했다.
개혁안은 헌병대 기무사 등 군사법경찰 기관에 대해 형식적인 지휘권만 가졌던 군검찰에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했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명문화돼 있는 민간 검찰과 달리 군사법경찰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군검찰에 사후 통보만 하면 그만이어서 군검찰의 위상과 역할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었다. 또 현재 각 군단에 설치된 군사법원을 없애고 국방부 소속의 군판사단이 순회재판을 통해 1심을 진행토록 했다. 그러나 군사법원 폐지안은 군의 특수성을 감안, 채택되지 않았다. 군판사가 아닌 일반 장교들이 군사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제도와 부대 지휘관이 정상참작을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는 관할관 감경제도를 평시에는 폐지키로 했다.
현재 중대장급 이상의 명령만 있으면 처분이 가능한 징계영창 제도도 각군 본부에 인권담당 법무관을 두어 처분마다 적법성을 심사키로 했다. 일종의 영장실질심사제도를 군에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또 헌병대에만 운영 중인 피의자 구금시설을 군검찰에도 별도 설치하도록 했다.
사개위 관계자는 "이번 개혁안은 인력확보나 군 내부의 합의 등을 거쳐 군사법원법을 개정해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軍내부 반발 "지휘권 약화 우려 軍검찰 권력기구화"
예상대로 군은 일제히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군 검찰의 독립으로 일선 부대 지휘관들의 지휘권이 약화하고 군 검찰이 헌병과 기무부대 등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확보함으로써 군 내 권력기구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군 검찰의 독립문제에 대해 "인민무력부 안에 정치보위부를 두는 격"이라고 반발했던 것의 연장선상이다.
우선 군 검찰이 소속 부대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데 우려가 크다.
국방부가 최근 일선 지휘관을 상대로 군 검찰의 독립성 강화방안에 대한의견을 수렴한 결과, 연대장과 사·여단장들 대부분이 부정적 견해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군 조직 슬림화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의 심장부를 압수수색하고 부대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육군 대장을 구속하는 등 현재도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군 검찰이 군내 최고 권력기구로 변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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