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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깨끗하면 좋은 병원?

입력
200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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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일부 단체와 언론사가 공동으로 이른바 ‘국가 고객만족도’ 조사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는 병원도 대상에 포함된다. 또 다른 기관에서도 ‘기업 브랜드 가치’ 조사를 하면서 역시 병원을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보건복지부도 올해부터 병원 평가를 시작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병원 평가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병원 평가 기준을 보면 병원 본연의 존재 가치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에 많이 치우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병원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는 위험에 빠진 생명을 구하는 일이요,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 건강을 되찾아주는 일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이나 건강을 잃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고립된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들이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병원으로서는 가장 우선하는 가치이다.

따라서 병원을 평가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 병원이 과연 위험에 빠진 생명을 구하고 사람들에게 건강을 되찾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는가, 또한 이를 위한 충분한 시설과 지식 및 기술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심장 수술이나 장기이식 수술 같은 고난도의 수술을 잘하고 있는가, 이러한 병원의 역할이 믿음을 주어 환자가 전국에서 찾아오고 있는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구제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는가, 수해와 같은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구제의 손길을 펴는 병원인가 하는 것이 평가의 주요 척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되고 있는 병원 평가를 보면 시설이 깨끗하고 안락한가, 의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환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가, 화장실은 깨끗한가, 주차 시설은 잘 되어 있는가, 환자들이 대기하는 시간은 길지 않은가 하는 등 병원의 의료 외적인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몇몇 유수한 대학 병원들이 이러 저런 형태의 평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렇게 외적 부분에만 치우친 것으로 보이는 기준 때문이다.

물론 병원도 서비스업종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편리하고 안락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들도 이렇게 서비스가 좋은 병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갖췄다 해도 병원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가치인 생명 구제와 건강을 되찾아주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좋은 병원에 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병을 치료하는 실력이 좋은 병원에 대한 정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천 특구에 외국인 병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은 새로 생기게 될 외국인 병원에 대단한 시설이나 장비, 대단한 실력을 갖춘 의료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들도 결코 그에 못지않은 실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언론이나 조사기관, 그리고 정부에서는 지금까지의 병원평가 방법을 개선, 우리나라 병원들도 외국인 병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서 외국인 병원에 대해 지나친 기대감을 갖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박두혁 연세의료원 홍보부장

전국병원홍보협의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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