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의 문제 발언이 한일 우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문부성 장관이 돼서 맨 먼저 본 게 역사교과서였다"며 "최근 이른바 군대위안부나 강제연행 같은 표현이 줄어든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일본의 교육정책을 책임 지고 있는 문부성 장관이, 그것도 내년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일본 국내외의 촉각이 곤두선 시점에서 뱉은 말이란 점에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가 9월 말 문부성 장관에 기용될 때부터 ‘사고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2000~2001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중학교용 역사교과서 검정·채택 파동 당시 그는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을 이끌며 ‘만드는 모임’을 지원했다. 역사문제에 관한 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무성 장관, 시마무라 요시노부(島村宜伸) 농수산성 장관과 함께 일본 각료 중 ‘보수 3총사’로 꼽히고도 남는다.
더욱이 이 소식을 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거두절미하고 한 마디만 집어 내는"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삼아 나카야마 장관을 두둔하는 자세를 보였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고이즈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일본 총리 자격으로 당당하게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역사의 상처에서 비롯한 뿌리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지향하는 ‘보통국가’가 일반명사이기를 바란다. 일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성숙도로 보아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카야마 장관의 발언 정도를 정리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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