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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보팔 유독가스 누출사고 20주년/사고 현장 방치… "2만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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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보팔 유독가스 누출사고 20주년/사고 현장 방치… "2만명 희생"

입력
200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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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악의 산업재해를 일으킨 다국적 기업이 20년이 되도록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인도 산업도시 보팔에서 유독가스 누출사고를 일으킨 미국의 다국적 기업 유니온 카바이드(UCC)는 쥐꼬리만한 보상금만 지급한 채 사후 대책을 외면하고 있다. 인도 정부마저 UCC에 대해 책임추궁을 제대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체 보상도 회피하고 있어 수십만 희생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참을 수 없는 부도덕성은 사고 발생 20년을 맞아 새삼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가스 누출사고는 1984년 12월 3일 새벽 인도 중부 마드야 프라데시주(州) 주도인 보팔시의 UCC 살충제공장에서 일어났다. 저장탱크의 밸브가 파열되면서 2시간 동안 40톤 분량의 ‘메틸 이소시안산염’이 누출됐다. 단잠에 빠져 있던 주민들은 불시에 독가스의 습격을 받았고, 당일에 사망한 사람만 3,500명 이상, 중독자가 50만 명에 이르는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아직까지도 12만 명 이상이 호흡곤란과 위장장애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회사측은 89년 보상금으로 4억 7,000만 달러(약 4,900억원)를 인도정부에 지급한 채 사후책임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UCC의 워런 앤더슨 전 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92년 이후 인도 법정에 나서는 것을 거부한 채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공장에는 2만 5,000톤 분량의 유독성 폐기물이 고체 상태로 방치돼 있다. 99년 또다른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다우 캐미컬’이 UCC를 인수했지만,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사후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29일 사고 20주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고 "20년 동안 이 참사 때문에 최소한 2만 명이 숨졌다"면서 "그런데도 책임을 지는 기업이나 정부가 없다"고 비난했다.

인도 정부에게 쏠리는 비난은 더욱 거세다. 인도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이 있는 데도 미국의 반대를 이유로 앤더슨 회장의 송환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UCC에서 받은 보상금 중 일부만 지급한 채 희생자의 등급분류, 사고와의 연관성 증명문제 등을 들먹이며 3억 2,750만 달러(약 3,400억원)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고 희생자들은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채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해 빈민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보팔참사를 다룬 책 ‘자정 5분 후’를 저술한 도미니크 라피에르는 "20년이 지나도록 사고 현장이 유독가스 천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온 인류의 수치"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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