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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을 잡아라" 中日 FTA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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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을 잡아라" 中日 FTA 전쟁

입력
2004.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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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과 29일 밤 라오스의 비엔티엔에서 개별 회담을 갖고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최종 합의했다.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같은 시각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가진 연례회의에서 2010년까지 중국 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키로 하는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올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는 각국의 동남아 시장 끌어안기 경쟁 때문에 ‘FTA 회의’를 방불케 한다.

내년에 서명하고 2006년 발효를 목표로 한 일-필리핀 FTA는 아세안과의 경제통합에 한발 앞서있는 중국을 따라잡으려는 일본의 승부수다. 일본의 FTA는 싱가포르,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 하지만 노동시장 개방 등 인적 자원 이동을 포함한 협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국내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필리핀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들이 일본에서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3~4년의 취업 비자를 발급키로 했다. 양국은 이밖에 철강수출, 건설시장의 관세철폐에 합의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FTA가 발효하면 인구 20억 교역량 1,000억달러 이상의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출현한다. 특히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 받지 못한 ‘시장경제 지위’를 아세안 10개국 전체로부터 처음으로 인정 받았다. 중국은 화상(華商) 경제권에 포함되는 아세안 지역 자체가 한국 일본과는 달리 문화적 동질감이 강해 포괄적 경제통합이 가능한 지역으로 삼고있다.

특히 이 같은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성격도 띠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 미국을 배제하는 독자적 지역 안보·경제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아세안 장악력을 회복하려는 일본의 전략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의중이 깊게 개입해 있다. 동남아에서 일본은 미국의 대리인 격이며, 미일동맹은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도 아세안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관한 행동계획’에 합의했다. 정상간 핫 라인 설치, 군사훈련 상호시찰 검토 등 경제분야를 넘어서는 정치, 안보 분야의 협력이 포함돼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아세안+한중일의 틀을 더욱 발전시킨 첫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내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중국과 일본의 물밑 주도권 각축은 더욱 가열될 것이 확실하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한국의 FTA 전략은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중국 일본 아세안(ASEAN)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득실을 따져 국가별로 체결 시기가 조정될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들 국가와 모두 FTA를 체결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의 FTA 교섭 수준을 감안하면, 일본 아세안 중국 등의 순으로 체결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올해 초부터 협상에 들어간 일본과는 내년말까지는 협상을 끝내 FTA를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세안과는 내년부터 협상을 시작해 2006년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며, 중국과는 내년부터 민간차원에서 FTA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민간차원 연구가 2~3년 정도 소요되고, 이후 정부 차원의 협상에 1~2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과의 FTA는 200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의 경쟁관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역내 FTA 체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동남아와의 FTA 체결 구도가 경제적 실리보다는 중국과 일본의 ‘파워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동남아 국가에서는 경쟁관계인 중국과 일본 가운데 어느 한 나라와 FTA를 체결하기 보다는, 중국과 일본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과 먼저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도 중국과 일본의 경쟁관계를 이용해 실리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중·일 FTA’ 민간부문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부의 FTA 전략은 동남아에 국한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우리의 5대 교역권인 미국, 중국, 아세안,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모두 FTA를 체결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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