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혈압이 갑자기 올라갔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배종화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경희대의대 교수)은 "계절에 따른 혈압 변화는 정상인보다 고혈압 환자에서, 일반 성인보다는 노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서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최고혈압은 1.3, 최저혈압은 0.6㎜Hg 정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혈압은 13㎜Hg나 올라가게 된다.혈압 변화는 밤보다는 낮에 주로 나타난다. 추위에 노출되는 낮에는 열의 외부 발산을 막기 위해 우리 몸의 혈관이 더 수축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름에는 혈압이 떨어진다. 열을 발산하기 위해 피부 쪽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낮아지게 된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도 진해지고 지질(脂質)함량도 높아진다. 겨울에 혈관수축으로 동맥경화증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길자 이대 동대문병원 내과 교수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급사가 특히 1~2월에 많이 발생하므로 고혈압 환자는 겨울철에 특히 혈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 고혈압학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동안 고혈압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를 비교해 본 결과 사망 환자수가 많았던 달(12~3월)은 적었던 달(6~8월)에 비해 평균 33%나 많았다.
■대한고혈압학회가 고혈압주간을 맞아 발표한 ‘겨울철 안전하게 나기 10계명’ 을 알아본다.
1혈압은 140/90㎜Hg 아래로 낮춘다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은 최고 140, 최저 90㎜Hg 아래로 낮추는 것이다. 고령이라도 정상수치 아래로 낮추는 것이 좋다. 고혈압 진단이 내려지면 심장병 뇌졸중 신장병 혈관질환 등 합병증 유무도 반드시 확인한다. 당뇨병이나 신장병 환자는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130/80㎜Hg을 목표혈압으로 한다.
한편 너무 혈압이 낮아질까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120/ 80㎜Hg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다른 위험성이 나타날 우려는 없다.
2외출할 때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번거롭더라도 외출할 때엔 한 겹 더 챙겨 입는 것을 잊지 말자. 밤에 잘 때는 너무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덮는 것보다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겹쳐 덮도록 하자.
3혈압이 정상보다 높을 땐 외출을 삼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 다녀오자. 그리고 5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혈압을 잰다. 또 밤에 자기 전에도 다시 한번 혈압을 재보자.
가정에서 주로 이용하는 전자혈압계는 병원에 있는 수은혈압계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점검 받는다. 주치의에게 사용하는 혈압계를 가지고 가, 정확한 측정법을 상담받는 것도 좋다.
4새벽 운동이나 등산을 피한다
새벽 찬바람에 노출되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상승,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응급상태가 올 수 있으므로 새벽 운동은 피한다.
추운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부족해지므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체조 등을 하면 좋다. 따뜻한 햇볕이 쪼이는 낮에 걷기 등을 하는 것도 괜찮다. 3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최고 4~9, 최저 3~15㎜Hg까지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다.
5활동량이 줄어 비만해지지 않도록 한다 과체중이라면 체중조절부터 하자. 체중 10㎏을 줄이면 혈압이 5~20㎜Hg는 떨어진다.
또 짜고 기름기 많은 음식을 피하자. 소금은 고혈압의 중요한 원인이다. 소금속 나트륨이 혈관으로 물을 많이 끌어들여 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이 소금을 많이 먹는 이유는 국물로 된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은 6g이내로 줄이자. 6g이란 짠맛에 익숙한 혀가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소금량. 그러나 사실 지키기 어려운 양이다. 병원 저염식에도 소금이 10g은 들어간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20~25g(작은 차 숟가락으로 7내지 8술)이나 된다. 배종화 교수는 "음식에 거의 간을 하지 않고 먹기가 어렵다면, 차라리 평소 먹던 반찬의 반만 섭취하라"고 권한다. 자연 소금 섭취량도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식습관을 유지하면 2~3개월 후 최고혈압은 8, 최저혈압은 7㎜Hg은 떨어뜨릴 수 있다.
6연말 회식에서 금연과 절주를 한다 과음은 혈압을 올라가게 할 뿐 아니라 약물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의 1일 알코올 섭취량은 30g이하여야 한다. 맥주는 1병, 소주는 2잔 정도로 제한하자. 흡연은 최고혈압 4, 최저혈압을 12㎜Hg정도 상승시키므로 고혈압 환자에게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심장병 발생 위험도 2배 이상 높인다.
카페인 역시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커피는 하루 두잔 이하로 제한한다. 갖가지 피로회복제, 진통제에도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다.
7미지근한 물로 목욕한다 고혈압 환자는 절대로 냉탕- 온탕을 교대로 하는 목욕은 피한다. 과도한 혈압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8아침에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난다
기상시 급히 일어나다가 발작으로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몸의 장기도 활동을 시작하면서 혈압이 함께 올라간다. 잠자리에서 엉금엉금 기다가 천천히 일어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9아침 문 밖 신문을 가지러 갈 때는 반드시 덧옷을 입는다 이불 속과 대문 밖의 온도 차가 심하므로 보온에 신경 쓰도록 한다.
10평소와 다른 증상을 느끼면 곧 의사에게 찾아간다 혈압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으면, 혹시 다른 신체 질환은 없는지 확인한다. 또 피로 구역질 가쁜 숨 두통 심한 땀 시야혼탁 등 증상이 나타나면 약물 부작용이거나 고혈압 합병증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를 찾아가자.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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