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막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기존의 내정 불간섭 정책을 포기하는 듯한 양상이 나타나 주목 받고 있다. 각국의 국내 문제를 서로 눈감아 줘 ‘친목 모임’이란 비아냥을 받아왔던 아세안이 진정한 국가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이번 라오스 회의에서 집중 표적이 된 나라는 미얀마.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28일 소 윈 미얀마 총리에게 미얀마의 군사독재 상황이 아세안의 신뢰를 위협한다고 지적하고 민주화를 촉구했다.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도 민주화 개혁의 지연 이유를 회원국들에게 설명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아세안 국회의원들은 28일 "민주주의 진전이 없으면 미얀마의 2006년 차기 의장국 자격은 물론 아세안 회원국 지위도 정지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태국은 남부 무슬림 지역 반정부 시위에 대한 과잉 진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탁신 태국 총리는 28일 밤 압둘라 아흐마드 바다위 말레이시아총리,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공식 의제화를 막기 위한 막판 설득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태국 남부 소요는 지역 안보 위협 요소"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경제 블록화도 급진전하고 있다. 아세안은 2020년까지 인구 5억명의 단일시장인 아세안공동체 구축을 목표로 하는 ‘비엔티안액션프로그램’에 합의했고, 역내 무역장벽 철폐 시한을 2010년에서 2007년으로 앞당겼다.
중국과는 2010년까지 500개 상품에 대해서만 관세를 유지하는 내용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고, 일본과는 내년 4월부터 FTA협상을 시작키로 했다. 호주 뉴질랜드와도 이번 회의 중 FTA협정을 맺는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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