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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통일의 꿈 이어준 大역전 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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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통일의 꿈 이어준 大역전 반세기

입력
200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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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또 여기서 멈춰야 되네."지난 28일 제50회 부산-서울 대역전 경주대회 결승점인 경기 파주 임진각. 1958년 4회 때부터 선수 감독 심판 임원으로 참여하는 등 대역전 경주와 평생 인연을 맺어온 주형결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이렇게 되뇌었다. "매년 올 때마다 아쉬워. 언제나 신의주까지 달릴 수 있을지…."

21일 부산시청을 출발, 7일 동안 남녘 땅 1,320여리를 질주해온 대역전 경주가 이날 임진각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역전 경주는 한국일보가 창간 이듬해인 1955년 전쟁의 폐허에서 절망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통일의 꿈을 키워가기 위해 시작한 대회로 황영조 이봉주 선수를 배출하는 등 마라토너의 산실로 자리를 잡았다.

50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었던 걸까. 어린 선수들은 ‘통일의 염원?안고 달려온 반세기’라는 제50회 대역전 경주의 슬로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통일이 되면 정말 좋아요?" "그냥 북한은 북한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살면 편하잖아요." 선수들은 통일을 ‘남의 나라 일’인 듯 거침없이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무심함도 분단의 한이 서린 임진각에 이르자 확연히 달라졌다. ‘달리고 싶은 철마’ 앞에서 멈춘 선수들은 "저 신세가 우리 신세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또 선수들은 작별 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일이 되면 우리 꼭 평양에서 함께 달리자."

기자는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취재를 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늦가을 찬바람을 가르던 10개 시도 172명의 건각들과 선수들을 묵묵히 도운 대회 관계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대역전 경주가 통일의 전령사로 평양, 신의주까지 달릴 그 날을 기대한다.

김일환 체육부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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