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인 루드빅센(58) 노르웨이 수산부 장관이 엄청 욕을 먹고 있다.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물개 사파리 관광’이 바로 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1월부터 발러군도 등 북해 연안에 서식하는 물개를 관광객들이 포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만들어냈다.
수 년 전부터 이런 아이디어를 추진해 온 그는 26일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천혜의 자연을 갖춘 노르웨이 연안의 야생 물개 사냥 코스는 전세계 관광객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상품으로 엄청난 히트를 칠 것"이라고 큰 소리 떵떵 쳤다. 그는 의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물개 사냥 쿼터를 연간 2,000마리로 당초 안보다 두 배나 늘려 놓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환경론자와 동물보호론자들의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인터넷 온라인 규탄 시위가 시작되는가 하면 유명한 동물보호주의자인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아예 노르웨이 국민을 싸잡아 비난하는 편지까지 보냈다.
그린피스의 트룰스 굴로브센씨는 "재미를 위해 물개를 쏘겠다는 발상은 노르웨이의 이미지를 야만적인 것으로 먹칠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그는 모든 바다의 잘못을 물개한테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개가 너무 늘어 대구, 바닷가재, 새우 등 주요 수산자원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해양보호구역을 늘려 수산자원을 보전하는 노력이 먼저라고 비판한다.
특히 연간 2,000마리는 과학자들이 권고한 것보다도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바르도는 "피에 굶주린 관광객 무리를 당신네 나라에 들여놓으면 그들은 평화롭게 사는 동물의 가죽을 벗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수산업계를 중심으로 루드빅센을 지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특히 여행업계는 벌써부터 휴일 관광상품을 준비 중이다. 한 업체는 4일간 1,300달러(136만 원)짜리 상품을 마련해 놓고 16만 달러(1억7,000만원)의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의 한 가운데 선 루드빅센 장관은 아버지가 어선 선장이었다. 자리만큼이나 수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는 스타일이다. 작년 5월 한국에 왔을 때도 "한국이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바람에 수산대국 노르웨이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한국과의 FTA 체결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는 1989년 국회에 진출한 이후 보수당 부의장까지 지냈으며 업무 스타일은 매우 공격적이다. 예컨대 바르도의 비난에 대해 "그 여자는 미쳐 날뛰고 있다"며 "환경론자들의 비난이 매스컴을 뒤덮고 있지만 관광업은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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