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훌륭한 원칙을 정해놓고 그것을 지키려고 무척 노력한다. 그 반면에 우리 사회는 또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향도 많다.어떻든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지난 해 발생했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부른다. 한 명의 목숨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가. 그런데도 당시 300여 명에 달하는 인명들이 애꿎게 희생됐다. 그것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불에 탄 지하철 객차 속에서 엄마, 아버지를, 그리고 아들, 딸을 찾는 모습, 살려달라는 절규가 아직도 우리의 귀속을 맴돌고 있다. 모든 사고는 원칙을 지키지 않는 데서 일어난다. 지하철 사령탑이 근무 수칙을 지켰던들, 지하철 객차에 사용한 재질들을 규격품으로 하였던들, 우리의 이웃들이 저렇게 허망하게 희생되고 가족들이 세상을 원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1996년 11월에 태평양 남서부에 있는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다. 파푸아뉴기니는 인구가 530만 명이며 1인 당 국민 총생산량이 99년 기준으로 겨우 810달러에 불과한 국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비교하자면 10분의 1 정도인데다. 75년 9월에야 독립한 초년생 국가이다.
파푸아뉴기니에 공과대학이라고는 단 하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하나 뿐인 공과대학 시설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교 울타리 밖은 원시 시대의 모습이 완연한데 대학의 교육시설은 완전히 선진국 규격에 맞춰져 있었다. 그 때 만난 교수는 우리나라 석사학위 정도의 학력을 가진 분이었지만 사용하고 있는 교재나 시설은 선진국 수준에 전혀 손색없이 갖춰져 있었다. 교수진도 대부분도 실력 있는 각국의 학자들로 구성돼 있는 데다 재학생들은 전원 학비부담 없는 장학생으로 교육 받고 있었다. 원칙대로 모든 것을 운영하면서 미래 부강한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튼튼한 주춧돌을 착실히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 구석구석도 선진국 틀에 걸맞게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다. 우리 고향마을 저수지 수문은 오래 전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그것은 당시 시공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작은 이득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것은 크게 보아 결국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치명적 손실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박돈희
전남대 생명과학기술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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